오늘의 칼럼

디지털자산기본법, 이번 ‘연내’는 진짜입니까 [기자수첩-증권]

“이번에는 정말 연내에 통과될까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돌아오는 질문이다.
정부가 법 제정 의지를 밝힐 때마다 기대가 커졌지만, 이제는 “이번에는 다르겠느냐”는 의구심이 먼저 따라붙는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마련하겠다고 재차 공언했다.
디지털자산업의 정의와 영업행위 규율, 이용자 보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을 담겠다는 구상이다.
방향성 만큼은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구체적인 시간표보다 ‘연내’라는 약속이 앞섰다.
법안을 ‘마련’하는 것과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는 것도 다르다.
정부안을 내놓더라도 법안 심사와 여야 협상, 본회의 의결은 국회의 몫이다.
연말이 지나면 정부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하고 국회는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책임은 다시 모호해진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당초 올해 1분기 입법이 목표였지만 국회 논의 지연으로 미뤄졌다.
관련 법안은 다수 발의됐으나 통합안 논의는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제한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은행 중심으로 설계할지 비은행 사업자에도 문을 열지, 거래소 지배구조를 어디까지 규제할지를 두고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다.
남은 시간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곧 국정감사 국면에 들어간다.
정부가 연내 제정을 진심으로 자신한다면, 통합안의 구체적인 제출 시기와 두 핵심 쟁점을 조정할 명확한 원칙부터 시장에 제시해야 마땅하다.
국내 논의가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해외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전진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은 법이 완벽히 갖춰지기 전이라도 새로운 사업과 상품의 등장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이 먼저 뛰고, 이후 발생한 리스크를 반영해 규율을 촘촘히 다듬어가는 방식을 취했다.
제도가 뒤따를지언정 시장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당국의 해석이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기대지 않고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힘들다.
업계가 원하는 것은 규제 없는 시장도, 졸속 입법도 아니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규칙’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법이 뒤따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법이 길을 열어줘야만 시장이 첫발을 뗄 수 있다.
입법 지연이 곧 산업의 지연인 셈이다.
물론 연내 처리라는 성과에 쫓겨 핵심 쟁점을 하위법령으로 미뤄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책임 있는 시간표를 세우고 그 안에서 쟁점을 해결하는 일이다.
정책의 신뢰는 ‘연내’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쌓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정부는 시한을 제시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어설픈 약속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결과다.
올해 마지막 달력을 넘긴 뒤에도 여전히 “논의 중”이란 설명만 남는다면 내년 업계의 질문도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되는 겁니까.”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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