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회복과 정치 개입의 외줄타기’ 축협 청문회 FIFA 징계 피하려면 [기자수첩-스포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7.13 07:00  수정 2026.07.13 07:00

과거 국회에 출석한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는 22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치 개입'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FIFA는 오랫동안 '축구는 축구가 스스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FIFA 정관 제14조는 회원 협회가 외부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9조 역시 정치권이나 제3자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축구협회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FIFA는 정부 개입의 의도보다 결과를 지켜봐 왔다. 정부가 부패를 척결하거나 불법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공익의 목적을 내세웠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구협회의 인사나 선거,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쳤을 경우 FIFA는 이를 '제3자의 개입'으로 판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2015년 쿠웨이트 정부는 축구협회를 포함한 체육단체의 행정과 인사, 재정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그러자 FIFA는 곧바로 쿠웨이트축구협회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로 인해 쿠웨이트는 진행 중이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잔여 경기를 모두 0-3 몰수패 처리당했고, 2019 아시안컵 예선 출전 자격도 잃었다.


2010년 나이지리아 역시 비슷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자 이에 격분한 대통령이 축구협회 해체와 국제 대회 출전 금지를 선언했다. FIFA는 즉각 정치권의 직접 개입이라며 회원 자격 정지를 경고했고, 결국 나이지리아 정부는 나흘 만에 모든 조치를 철회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케냐, 짐바브웨, 파키스탄 등은 정부가 축구협회 운영이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FIFA의 회원 자격 정지 처분 받은 사례가 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024년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진행되자 FIFA는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대한축구협회는 자율적으로 사무를 관리하고 제3자의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회원단체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제3자의 개입이 해당 축구협회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 언론도 최근 한국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매체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대한축구협회 개입이 확대될 경우 FIFA 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13년간 한국 축구를 이끈 정몽규 전 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물론 이번에 열릴 청문회가 곧바로 FIFA 징계로 연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국회의 국정감사나 청문회, 문체부 감사 자체는 국가의 감독 기능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FIFA 역시 각국의 사법 절차나 비리 수사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문제는 이후다. 청문회를 계기로 정치권이 대한축구협회의 회장 선출이나 집행부 구성, 감독 선임, 정관 개정 등 협회의 고유 권한을 직접 통제하거나 특정 결정을 강제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면 FIFA가 정치 개입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진상 규명’과 ‘인사·행정 개입’의 선을 명확히 그을 필요가 있다. 청문회는 협회의 잘못된 프로세스를 낱낱이 밝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검증의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징계나 인적 쇄신 역시 청문회에서 밝혀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협회 내부 정관과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도록 유도해야 FIFA의 정치 개입 빌미를 피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전면적인 자정 노력과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 협회는 현 상황을 ‘FIFA 정관 방패’ 뒤에 숨어 위기를 모면할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 FIFA가 보장하는 자율성은 특권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협회 스스로가 문체부 감사와 청문회에서 지적된 절차적 하자들을 겸허히 수용하고,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혁을 담은 혁신안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한국 축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무너진 공정과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일은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 방식이 한국 축구의 국제적 고립을 불러와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세련되고 절제된 견제를, 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자성책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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