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유혹한 정부, 국가가 초래한 도박장 [기자수첩-증권]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07.13 07:07  수정 2026.07.13 07:07

모호해진 투자·투기 경계…삼전닉스 레버리지 부작용까지

투자자 보호보다 앞섰던 증시 활성화 욕심…정부 판단 미스

‘기업가치보다 한탕주의’ 변질된 시장…부작용 책임 고민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주식시장이 아니라 카지노에 들어온 줄 알았다.”


주식으로 돈 버는 시대가 아닌, 변동성에 베팅하는 시대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이 아닌, 눈 앞의 수익에 돈을 걸고 있다.


한 방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흐려졌고, 주식시장은 점점 더 빠른 수익을 겨루는 경기장이 돼 버렸다.


예측 불가한 주식시장 속 수익이 나면 실력, 손실이 나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도박과 비슷한 심리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이 도박판으로 변해가고 있을 뿐이다.


특히 5월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시장에서 두 종목에 대한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한 것은 정부의 판단 미스이자 욕심이었다.


올해 1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비공개 간담회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초고속으로 출시된 만큼, 시장 과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단순히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서 도박판이 된 게 아니다.


변동성에 베팅하는 상품, 즉 변동성을 수익 기회로 소비하도록 만든 정부의 무리한 추진이 투자보다 투기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육박한 점이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예견됐던 부작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상장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뒤늦게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코스피가 단기간 폭등한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투자자 피해를 초래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의문이 찍힌다.


그동안 정부가 국민의 자산 형성을 위해 증시 참여를 독려했으나, 정작 시장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장기 투자자가 아닌 프로 베팅러다.


투자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건강한 투자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정책 성과로 내세우는 동안 시장 한편에서는 투기적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 가치보다 ‘오늘 얼마나 오를지’에 집중하는 현 시장에서 정부가 투기적 환경을 조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보다 ‘한탕주의’가 주목받는 시장이라면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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