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론·리볼빙 급증으로 2금융권의 건전성 우려 심화
사잇돌 등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다중채무 차주 부채 늘릴 수도
사잇돌 확대 정책과 취약 차주의 고금리대출 축소 정책 병행돼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가계부채의 온도가 다시 오르고 있다.
최근 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과 리볼빙(일부 결제이월) 잔액이 빠르게 늘면서,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취약부문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조달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카드론과 리볼빙에 더욱 의존해 왔다.
이런 구조 속에서 경기 둔화나 고용 충격이 겹칠 경우, 지금의 증가세는 향후 부실 확대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감독 당국은 카드사에 전년 대비 카드론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라는 사실상의 총량 관리 방침까지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론 잔액이 줄지 않고 리볼빙 이용액까지 늘어나는 현실은 '일시적 수요'가 아니라 구조적인 자금 수요와 신용 취약층의 확대가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 사잇돌 대출 등 중금리대출 취급 확대를 예고하면서, 카드사의 건전성과 정책적 역할을 둘러싼 긴장이 더 높아지고 있다.
사잇돌 대출은 애초에 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 등을 통해 중·저신용자를 위한 보증부 중금리 상품으로 설계된 제도이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일정 수준의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에게, 보증을 전제로 비교적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공급함으로써 고금리 대부업이나 카드론 이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제 사잇돌 대출을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다.
실제로 중신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채널이 카드사인 만큼, 채널 확장을 통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논리다.
언뜻 보면 이는 고금리 카드론을 중금리 상품으로 대체하는 '질적 개선'처럼 보인다.
보증이 뒷받침되는 사잇돌 대출이 늘어나면, 개별 여신의 손실 위험은 카드론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중금리대출을 늘려 고금리대출을 줄인다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중금리대출 확대가 '고금리대출의 실질적 대체'가 아니라, 취약 차주에 대한 '추가 대출'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카드론과 리볼빙 이용자의 상당수는 이미 다른 금융권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이다.
이런 차주에게 중금리대출을 공급하더라도 기존 고금리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로 설계되지 않으면, 전체 부채는 더 늘어나고 상환 여력은 더 취약해질 수 있다.
해당 경우 사잇돌 대출은 정책 취지와 달리, 또 다른 대출 채널을 열어주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중금리 확대'라는 명분 아래 카드사 대출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오히려 커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소비자금융 전략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취약 차주의 과잉 차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고위험 단기대출(payday loan)에 대해서는 강한 상한 금리와 수수료 규제를 도입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신용카드나 은행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대체를 유도하고 있다.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공적 재원이 들어간 보증부 대출이나 사회적 금융(social lending)을 별도로 운영한다.
중요한 점은, 정책성·중금리 상품은 보증·세제·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적 리스크 분담 구조를 설계해 왔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잇돌 대출 확대 역시 이런 관점에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보증과 손실분담 구조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경기 상황과 차주 특성에 따라 보증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 사잇돌·중금리대출을 공급하는 카드사에 대해서는 보증료율 인하, 손실 공동부담 확대, 세제상 인센티브 등을 묶은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얼마나 더 빌려줄 것인가'에서 '누가 어떤 위험을 어떻게 나누어 맡고, 그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의 삶이 실제로 개선되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여전사의 사잇돌 대출 취급 확대는, 고금리 카드론·현금서비스에 의존해온 서민·중신용층의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중금리대출 확대' 조치 이외에 고금리대출의 실질적 상환·대체와 취약 차주 부채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는 질적 전환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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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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