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7.20 07:00  수정 2026.07.20 07:00

'호프' 포스터.ⓒ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 마침내 개봉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호프(HOPE)'인데 이 작품의 총 제작비는 500억 원을 초과한다고 알려졌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블록버스터인 것이다. 과거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초대작이다. 그동안은 한국판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했었는데 ‘호프’는 처음부터 세계 흥행을 목표로 기획됐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대작들이 한국 영화계에 계속 나타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영화는 초유의 거대한 규모 때문에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되는 프로젝트다. 안 그래도 분위기가 안 좋은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거대한 작품까지 무너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다. 투자금 유입이 끊기면서 영화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메가박스중앙의 계열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과 투자·배급에 참여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중앙그룹이 콘텐츠 투자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 적극적인 투자 때문에 메가박스중앙, JTBC 등이 일제히 위기에 빠졌는데 계열사들이 재무적으로 서로 얽혀있어서 한 곳의 위기가 다른 곳으로 파급되는 구조라고 한다. 즉 이 영화의 흥행이 실패하면 메가박스중앙뿐만 아니라 다른 중앙그룹 계열사들까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JTBC가 무너지거나 또는 생존한다 하더라도 콘텐츠 투자를 줄인다면 한국 콘텐츠 업계에 타격이 있을 것이다. JTBC의 투자 축소로 인해 우리나라 영상 제작업계의 총 제작편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편수의 축소는 제작 기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기에 더해 ‘호프’까지 흥행 실패해 영화계에 돈줄이 막히고 메가박스중앙이 더 어렵게 된다면 우리 제작업계에 이중의 타격이다. 이래서 ‘호프’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한국 영화계의 호프(희망)이 되었다.


꼭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또 있다. ‘호프’는 156분 상영시간으로 나름 짧지 않는 작품이지만 놀랍게도,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한 상태다. 이번 작품이 성공해야만 차기작을 통해 본격적인 이야기 진행을 볼 수 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는 일종의 ‘오프닝 액션’ 같은 느낌이다. 칸영화제에서 해외 평론가로부터 ‘역사적인 수준’이라고 극찬을 받은 초반 액션을 비롯해 후반 액션까지 다 진행된 후에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하다가 바로 끝난다. 이런 구도에 현재 일부 관객들이 화를 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완결성을 중시하는 관객은 이 작품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나홍진 감독의 묵직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을 기대한 관객이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의 특수효과를 원하는 관객도 이 작품에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시청각적 경험, 그 쾌감을 즐기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호프’는 그야말로 한국 영화의 신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특수효과도 몰입에 방해가 안 되는 수준이다.


똑같은 입장료이기 때문에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의 특수효과를 나란히 비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식이면 한국 영화는 발전하기 어렵다. 돈을 훨씬 많이 들인 미국 영화하고 영세한 한국 영화의 입장료가 같다는 건 불공정 경쟁이다. 일종의 덤핑 같은 상황이다. 이런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산업은 보호, 지원, 육성해야 성장한다. 그러니 한국 영화 특수효과가 미국 영화보다 떨어진다고 냉정하게 평가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좋게 봐주려는, 또는 제작비의 열세를 감안하고 봐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수효과에 그렇게 가혹한 잣대만 적용하지 않는다면 놀라운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정말 놀라운 쾌감과 폭주의 롤러코스터",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박진감“, ”패기와 광기가 폭발하는 시네마의 진풍경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는데 정말 딱 그대로의 영화다.


깊은 이야기 같은 건 없고 2시간 반 정도가 ‘순삭’될 정도의 액션이 펼쳐진다. 감독은 개연성 같은 것을 치밀하게 구현하는 것보다 호쾌한 액션 판타지를 그리는 데에 집중한 것 같다. 시골 마을에 무기가 왜 그렇게 많고, 어촌 총각이 말은 왜 그렇게 잘 타며, 왜 절대로 죽지 않는지, 이런 부분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괴물 액션극으로 미친 듯이 질주하던 영화는 막판에 갑자기 장르를 바꾼다. 괴물 잡고 ‘이제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하면서 끝나야 관객이 만족감을 느낄텐데 마지막에 괴물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닌 존재가 된다. 이야기의 판이 바뀌고 감정이입의 구도도 흔들린다. 그러더니 아무 설명 없이 갑자기 끝난다. 이러면 관객은 허탈감과 분노까지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다음 이야기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이번 작품이 성공해야 다음 작품 제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나 감독은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모두 제작되면 한국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앞으로 세계에 선보이기 전에 그래픽 수정이 가능하다면 외계인 단독 샷의 속도하고 지구인의 속도를 맞추는 게 좋겠다. 추격전에서 외계인의 속도를 조금 늦추면 도주하는 지구인하고의 밸런스가 맞게 될 것이다. 후반 고속도로 추격전에서 일반 차량도 몇 대 등장해서 일반인 차량과 외계인이 충돌하기도 하면 더 추격씬이 풍부해질 것이다.


세상에 아쉬움이 없는 작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프’는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 확실한 영화다. 이야기 분석 위주가 아닌 영상과 소리를 체험하는 작품으로는 압도적 쾌감을 선사한다. 극장에 가서 경험해야 할 이유가 분명한 한국영화가 나왔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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