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라는데…李정부 왜 자꾸 같은 실수 반복하나 [기자수첩-정치]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9.10 07:00  수정 2026.09.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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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반등 노린 개각 되레 역풍

검증 시스템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

반복되는 '청문회 후 낙마' 공식

필요한 건 거취 정리 아닌 복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국면을 바꾸겠다고 꺼낸 카드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8월 30일 중폭 개각 이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은커녕 취임 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개각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커녕 하락을 가속한 셈이다.


원인은 뚜렷하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다. 김 후보자는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으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드러났고, 용 후보자는 장관직과 비례대표 의원직을 함께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가족정당' 논란까지 자초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5~7일 유선 전화면접 3.1%, 무선 ARS 96.9%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여론조사에서 용 후보자에 대한 '부적합' 응답은 60%를 넘겼고, 특히 20·30대에서는 65% 안팎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의 개인 자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근본적인 질문은 왜 걸러지지 않았느냐다. 청와대는 인사위원장의 책임하에 인사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해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시스템을 제대로 거쳤다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 시스템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뜻이다. 민정수석실이 컨트롤타워를 맡고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검증 절차를 밟았다면서 정작 언론과 야당이 며칠 만에 찾아낸 의혹들은 왜 사전에 걸러지지 않았는지 설명이 없다.


답답한 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으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각각 청문회를 거친 뒤 낙마했다. 올해 1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도 같은 길을 걸었다. 세 차례나 같은 실패를 겪고도 검증 체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청문회 절차를 고수하는 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어 보인다. 개각 열흘 만에 후보자를 접으면 인사 검증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되고, 야권에 새로운 공격 소재를 내주게 된다. 청문회를 거쳐야 인사권자의 오판이 아니라 국민적 검증의 결과라는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명분을 얻는 동안 국정 동력은 계속 소진된다. 지지율은 이미 8주 연속 하락 중이고, 추석 밥상까지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낡았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직접 챙길 수 없기 때문에 누구를 어디에 앉히느냐가 정권의 성패를 가른다. 그런데 지금 이 정부의 인사는 만사가 아니라 망사(亡事)에 가까워 보인다. 후보자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고 청문회 결과에 판단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필요한 건 두 후보자의 거취 정리가 아니라 검증 시스템 자체에 대한 복기다. 어느 단계에서 무엇이 걸러지지 않았는지, 왜 세 번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네 번째, 다섯 번째 낙마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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