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브레이크, 생계 대출까지 멈춰 세워서는 안된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7.10 09:33  수정 2026.07.10 09:35

빚투 억제 대출 조이기 속 자영업·생계형 신용 수요까지 제한

영국·EU, 총량 규제와 실수요자 보호 대출 분리해 취약 차주 관리

생계·사업자금 트랙과 실수요자 보호 지표 도입해 포용금융 병행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최근 은행권이 일제히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증시 호황 속에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고,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불어나자 금융당국이 비상 관리 체계를 가동한 결과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내세우며, 다주택자·투기성 주택담보대출·빚투 수요에 대해서는 대출 만기 연장 제한 및 총량 규제를 병행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위와 같은 정책 기조 속에서 시중은행들은 고액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1억원으로 묶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 사용률이 낮은 계좌의 만기 연장 시 한도를 일괄 감액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대면·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량이 내부 기준을 넘으면 비대면 신규 신청을 차단하고,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갈아타기 상품도 한시 중단하는 등 사실상 ‘대출 셧다운’에 가까운 조치가 상반기부터 시행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려는 취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대출 브레이크가 투기성 신용 수요뿐 아니라 자영업자·생계형 차주의 자금줄까지 동시에 죄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미세 조정이 시급하다.


빚투 억제라는 정책 목표 아래 시행되는 대출 조이기가 자영업자와 생계형 차주에게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 신용대출은 ‘투자자금’과 ‘생계·사업자금’의 이중 역할을 담당한다.


하루 매출 변동에 민감한 소상공인에게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은 단순한 레버리지 수단이 아니라 자재 구매, 임대료 납부, 인건비 지급을 가능하게 하는 단기 운전자본이다.


신용대출 한도가 일괄 축소되고, 마이너스 통장의 만기 연장 시 미사용 한도가 자동 감액되면, 투자 목적의 고액 레버리지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의 안전판 역할을 하던 여유 한도까지 함께 사라진다.


비대면 대출 제한과 대환 중단은 금리·조건 비교를 통한 비용 절감 채널을 막아, 취약 차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불리한 조건에 고착될 위험을 키운다.


선진국의 실수요자 보호 대출 정책은 ‘총량 규제’와 ‘규제 대상’을 분리해 설계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EU(유럽연합)는 주택·소비자 신용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과 소득 대비 부채 비율 같은 거시건전성 규제를 적용하되, 저소득층·영세 자영업자·취약 차주는 별도의 사회적 대출, 신용 보증을 통해 보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행된 ‘소상공인 긴급대출’은 일반 상업 대출과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며, 용도·규모·상환구조를 엄격히 구분한다.


또한, 영국·EU는 신용카드·마이너스 통장·고금리 개인신용대출에 대해 차주별 리스크 등급을 세분화해, 투기적 레버리지와 생계형 대출을 다른 규제 틀로 관리한다.


예를 들어, 투기 고위험 차주는 총량·금리·만기 측면에서 강한 제약을 받지만, 사업자등록·매출 증빙·세금자료로 실수요를 입증하는 영세 사업자는 별도 한도와 보증이 제공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한계 차주’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조정한 조건으로 금융시스템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국내 대출 규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 식별과 보호를 중심에 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우선, 신용대출 총량 관리와 별도로 ‘생계·사업자금 트랙’을 설정해, 용도·규모·상환 구조 기준을 충족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완화된 규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우 국세·부가세 신고, 카드 매출,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활용해 사업 실체와 매출 변동성을 파악하면, 빚투와는 다른 용도의 자금 수요 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은행의 내부 관리 기준에 ‘실수요자 보호 지표’를 도입함으로써, 대출 접수 차단 시에 생계·사업자금 목적 대출은 예외적으로 취급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예컨대, 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량이 상한을 넘더라도 사업자등록·소득 증빙을 갖춘 소상공인, 급여·4대 보험 납부내역이 확인되는 근로자의 생계형 대출은 제한하지 않는 규정이다.


이는 은행에 단기 리스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높여 연체·부실을 줄여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가계부채 브레이크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동시에, 생계형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정교한 엔진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투기성 대출과 실수요 대출을 구분해 규제하고, 포용금융·정책금융을 통해 취약 차주의 합리적 레버리지를 지원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