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매파로 선회하는데…한은의 '느린 통화정책'이 부르는 물가·환율 리스크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27 07:07  수정 2026.06.27 07:07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연준의 매파적 포워드가이던스 강화되는 양상

한은, 3%대 물가 전제한 신중론으로 물가 및 환율에 대한 불안 초래

물가와 환율 안정 위해선 한은의 선제적 긴축 의지 제시가 바람직

글로벌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국은행

2026년 6월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은 여전히 안심하기 어려운 진행형이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그간 금리 인하 기대를 달래던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다시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연준이 시장과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포워드가이던스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긴축도 불사한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럽과 일부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은 채,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긴장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대비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는 다소 온도 차가 크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담,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한 ‘균형적 접근’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 전달되는 신호는 ‘추가 긴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쪽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물가 환경은 여전히 상방 리스크가 크다. 미국의 경우 서비스 물가와 임금 상승세가 이뤄지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채 매파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현재의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향후 기대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한 번 늦어진 긴축의 대가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과 경기 희생으로 돌아온다는 경험을 이미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요국은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높은’ 금리 수준을 용인하더라도 물가 안정에 정책의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한은의 최근 메시지는 ‘물가가 3%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 상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3%대 물가가 언제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다.


명목상 물가상승률이 3%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2% 안정을 상회하는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가계·기업의 가격·임금 결정에도 점차 반영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면, 체감 인플레이션은 통계상의 숫자보다 훨씬 더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추가 긴축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신호가 반복되면, 시장은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의지에 점차 의문을 갖게 되고, 이는 다시 환율과 금리에 불안 요인으로 되돌아온다.


특히, 최근의 환율 급등은 단순한 대외 변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연준의 매파적 전환이 달러 강세를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통화정책이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한·미 금리차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원화 자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곧바로 외국인 자금의 유출 압력과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높은 환율은 다시 수입 물가를 밀어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완만한 긴축을 통해 경기와 물가를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물가와 환율 모두를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 및 환율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보다 선제적이고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하는 것 자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연준과의 기준금리 차이를 줄이고,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시킨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다시 2% 목표 근처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경기 둔화의 일부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돼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그 자체보다 ‘인상이 가능하다’는 긴축 정책의 옵션을 열어 두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 급등을 억제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완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한은이 직면한 과제는 단순히 기준금리의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넘어, 통화정책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가깝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사와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 한은이 물가를 ‘언젠가는 내려갈 것’이라는 전제에만 의존한다면, 시장은 그 공약을 점점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기 우려만을 앞세운 소극적 통화정책 기조가 아니라, 한은이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한 선제적 긴축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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