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부채만 5년5개월 만에 2배 이상 폭증 100조 위안 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둔화·부동산 침체로 채권발행 급증
내수부진에 따른 재정정책·지방정부 숨겨진 부채 상환 맞물려
中 정부, 지방정부 숨겨진 부채 전담관리 ‘채무관리국’도 신설
중국이 해마다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가 개막된 지난 3월5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정부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업무보고를 통해 내수진작 등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6조 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AP/뉴시스
중국의 정부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무려 100조 위안(약 2경 2376조원)을 가볍게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정리 작업이 서로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바람에 정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人民銀行)은 5월 기준 중국 정부채권 잔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1% 늘어난 100조 60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고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 등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채권 잔액이 100조 위안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말 46조 5500억 위안에서 불과 5년여 만에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중국 정부부채는 대부분 정부의 채권 발행에 따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침체의 장기화로 내수부진의 지속된 여파로 경제하강 압력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온 것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제일재경은 분석했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지속된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와 지방채 발행을 무람없이 확대해 왔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토지 출양금(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이 급감하는 바람에 지방정부 재정이 급속히 악화된 탓이다. 이에 중앙정부는 지방채를 경기부양의 핵심 재정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중 지방정부 특별채는 도시 재개발과 노후 인프라 정비 등 준(準)인프라 투자에 직접 투입됐다.
중앙정부는 이와함께 대규모 채권 발행을 통해 지방정부 플랫폼 기업(LGFV·지방정부융자플랫폼)의 부채상환용 재원으로도 썼다. 지방정부 플랫폼 기업은 인프라 개발과 자금조달을 위해 설립된 지방정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그런데 지방정부 플랫폼 기업 부채는 중앙정부 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아 ‘숨겨진 부채’로 불린다. 중앙정부가 부채상환용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붕괴로 지방정부의 상환능력이 급속히 약화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수도 베이징시 시청(西城)구에 위치한 중국 인민은행 전경. ⓒ 로이터/연합뉴스
때문에 중앙정부의 숨겨진 부채’ 상환 작업은 정부부채 급증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과거 지방정부 플랫폼 기업 등을 통해 예산 밖 차입을 늘려왔다. 중국은 이런 ‘숨겨진 부채’를 공식 채무로 바꾸는 ‘화채’(化債)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2조 위안 규모의 지방채 한도를 추가 배정하는 등 모두 10조 위안 규모의 부채정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제일재경은 "지난해 지방채 발행이 증가한 것은 경기 둔화 대응과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목적이 결합된 결과이며, 그 결과 처음으로 지방정부 채권발행 규모가 10조 위안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지방채 발행 확대가 지방정부 부채 자체를 끌어올린 셈이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 잔액은 54조 9200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다만 여전히 법정 부채 한도 57조 9000억 위안인 만큼 그나마 범위 내에 있다.
원라이청(温來成) 중앙재경대(中央財經大) 교수는 "지방정부 채권발행이 처음으로 10조 위안을 넘긴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면서도 "몇 년간 지방채 발행이 빠르게 증가해 부채 잔액이 이미 50조 위안을 넘었다. 지금은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있지만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면 중장기적으로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2015년 신예산법 시행을 통해 성·자치구·직할시에 채권발행 권한을 부여했다. 이때부터 지방채 발행 규모는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에는 비채권성 부채를 채권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방채 발행이 3조 8000억 위안으로 처음 3조 위안 돌파했다. 2016년에는 6조 위안으로 급증했고 2017~2019년 3년 동안 4조 위안대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 대응을 위해 6조 위안을 돌파한 뒤 2023~2024년 지방정부 부채상환 목적의 발행이 확대되며 9조 위안까지 급증했다. 2024년에는 9조 8000억 위안을 기록하며 1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뒀다. 그 여세를 몰아 2025년 10조 위안을 넘기며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원 교수는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고품질 발전에 부합하는 부채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를 방지·해소하기 위한 장기적 메커니즘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2월 11일 중국 구이저우성 동남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 ⓒ 신화/연합뉴스
더욱이 중앙정부가 재정을 투입,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위험이 모두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9%에 달하는 만큼 위험은 상시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 부채감축을 위해 두팔을 걷고 나섰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 11월 ‘중점 리스크’로 지목된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전담 관리하기 위한 부서를 신설했다. 재정부는 공식 웹사이트 조직 구성 항목에 ‘채무관리사’(債務管理司)를 새로 추가한 것이다. ‘사’(司)는 한국 중앙부처의 ‘국’(局)에 해당한다. 신설된 채무관리사 산하에는 ▲종합처 ▲중앙채무처 ▲지방채무1처 ▲지방채무2처 ▲발행·상환처 ▲모니터링관리처 등 6개 세부 부서가 설치됐다. 이 부서는 중국 정부의 국가부채 관리제도 및 정책수립, 중앙·지방정부의 채무제도 운영, 국채·지방채 발행한도 계획, 채무발행 및 상환관리, 부채리스크 모니터링 및 예방체계 구축 등을 총괄한다.
중국 재정부가 채무관리사를 신설한 목적은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중국 관영 팽배(澎湃)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법정 부채와 숨겨진 부채를 합친 정부부채 잔액은 94조 9200억 위안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정부는 다급한 나머지 지방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고강도 긴축에 돌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와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등 부유한 동부 연안 도시들은 지하철 신규 노선 승인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거나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닝보시 개발개혁위원회는 온라인 답변을 통해 승객 수 지표가 국가 경제기획사의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인구 2500만명의 중국 최대 경제도시이자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인 상하이(上海)와 가까운 인구 1300만 명과 높은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는 쑤저우 역시 승객 밀도가 최신 국가정책 요구사항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오젠(趙堅) 베이징(北京)교통대 교수는 “대부분 도시의 지하철이 적자 운영으로 보조금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자금줄을 옥죄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자료: 중국 인민은행
중국에서 지하철 1㎞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10억 위안에 이른다. 막대한 건설비에도 실제 이용객 수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밑돌고 있다. 2018년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신규 노선 승인을 위해서는 하루 평균 승객 수가 ㎞당 최소 7000명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닝보의 8개 노선 평균 승객은 4600명, 쑤저우는 5300명에 그쳤다. 두 도시 모두 기준치를 크게 밑돈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 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부부채 위험이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뤄즈헝(羅志恒) 웨카이(粵開)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중국 정부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68.2%로 일본 200% 이상, 미국 120% 안팎보다 낮다며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부채 대부분이 국내 부채이고 외화 부채 비중은 5% 정도여서 대외 취약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구조적·지역적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안하이샤(袁海霞) 중국 신용평가사 중청신국제연구원(中誠信國際硏究院) 원장은 “일부 재정 기반이 약한 저개발 지역은 특히 이자 지급 부담으로 유동성 압력을 받고 있다”며 “숨겨진 부채 해소 작업도 여전히 어려운 단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원라이청 교수는 현재 부채 수준 자체는 안전한 범위에 있지만, 증가 속도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 몇 년간 정부부채가 연 10% 이상 늘어나 경제성장률과 재정수입 증가율을 모두 웃돌고 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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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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