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점유율 4년 전 4.7%→작년 34%
중 당국 일방적 지원에 무차별 시장 공략
국내 생산제품 세금 면제 등 획기적 지원 필요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 전시된 샤오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YU7 모델.ⓒ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요즘 서울 시내를 지나다 보면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의 전시장이 곧잘 눈에 띈다. 방문객도 적지 않다. 국산보다 1000만원 안팎 싼데다 성능도 그럭저럭 괜찮아 "가성비가 좋다"는 평을 듣는다. 과거의 짝퉁 이미지가 희석되면서 도로 위에 중국산 전기차가 부쩍 늘어났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전기차는 지난 2022년만 해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4.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22만177대가 팔리면서 33.9%로 폭등했다. 반대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전기차는 75%에서 57.2%로 하락했다.
올해도 1분기에 국내 신규 등록된 전기 승용차 7만78대 중 36.5%가 중국산이었다. 지난해 1분기엔 21.7%였으나 치솟는 기름값 덕분인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3년 이내에 한국 시장을 평정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옛날에는 "금방 고장날 것 같은 데 중국에서 만든 차를 어떻게 믿고 타느냐"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 상하이에서 만드는 테슬라 모델Y는 지난해 판매량 5만405대를 기록, 현대와 기아를 물리치고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생산량의 99% 정도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그만큼 지금은 자본력과 시장규모와 생산능력에다 기술력까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의 표현대로 중국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5~7년의 수명 주기를 갖는 기계가 아니라 18개월마다 칩셋 연산 능력이 두 배로 뛰는 거대한 스마트기기가 되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본격화하는 곳도 중국이다. 바야흐로 중국의 '인해전술'이 아니라 '차해전술(車海戰術)'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BYD는 지난해 4월 소형 전기 SUV인 아토3를 시작으로 530마력의 스포츠 전기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7,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돌핀은 시작 가격이 2450만원으로 드디어 2000만원대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
아토3도 3150만원인 기본형은 126만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과 37만원인 서울시 보조금을 받으면 2987만원에 살 수 있다고 한다. BYD코리아는 4월27일 경북 포항에 18번째 서비스센터를 열었는데 연말까지 한국에 35개의 전시장과 26개의 서비스센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BYD가 국내에 안착하면서 지커(Zeekr)·샤오펑(Xpeng)·체리(Chery)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속속 한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BYD가 가격경쟁력에 호소하는 편이라면, 지리자동차(浙江吉利·Geely)의 브랜드인 지커는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샤오펑은 '중국의 테슬라'란 별명처럼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한국 소비자를 공략할 전망이다.
지커는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조만간 전시장을 오픈한다. 지커의 국내 첫 출시 차량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7X다. 7X는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세련된 외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 가격은 23만위안(4900만원 정도)으로 대략 7500만원부터 시작하는 GV70 전기차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미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 벤츠의 최대주주는 중국 국영 자동차 제조사인 베이징자동차(BAIC)로 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지리자동차가 9.69%를 갖고 있다. 중국계 지분만 20%에 달한다. 그래서 국내 일부에서는 벤츠를 '짱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리는 또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시작으로 영국의 로터스와 망가니즈 브론즈(런던 명물 블랙캡 제조업체), 말레이시아 프로톤 등 각국의 자동차 업체를 인수했다. 지난 4월에 열린 베이징 국제자동차박람회에서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중국 전기차의 무기는 명확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완성된 저렴한 배터리 공급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받는 보조금 규모는 다른 선진국 경쟁사들의 3~9배로 알려졌다. OECD는 "가장 비중이 큰 지원 수단은 중국 국영은행을 통한 저금리 대출"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출시되는 2000만~3000만원대 전기차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펴왔는데, 최근 저성능 제품보다는 고성능 제품 육성을 위해 정액제를 정률제로 바꾸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수많은 전기차 업체가 난립하면서 과잉생산 문제가 불거지자 해외로 돌파구를 찾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어 뚫기가 어렵고, 유럽연합(EU)도 45% 안팎으로 높으며, 일본은 전기차 생태계 조성 속도가 느려 당장 판매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한국은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고 관세율이 8% 수준이어서 매력적인 선택지다. 게다가 한국 소비자들은 소비재에 대한 안목이 남달라 글로벌 업체들 사이에서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통한다. 한국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웬만한 선진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와 높은 인건비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쳐들어오는 중국차와의 경쟁은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를 관세로 막기 어렵다면, 국내에서 차를 만들면 세금을 직접 깎아 주는 이른바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놓고 7월까지 정부 연구용역을 거쳐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전기차를 대상에 포함하면 공제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다고 고민하는 모습이지만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현대차공장을 방문해 "국내 생산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세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한 점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들도 보다 치밀한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가 가격은 낮으면서도 소프트웨어 쪽 기술력에서 꽤 앞서 있어 국내 업체들이 이를 보완해야 한다"며 "중국 업체만큼 가격을 낮추면서도 성능은 더 높여야 하는 게 국내 업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제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중국산 전기차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