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보험료’의 그늘…민생 앞세운 관치, 청구서는 소비자 몫 [기자수첩-금융]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6.05.07 07:04  수정 2026.05.07 07:04

구조개선 멈췄는데 할인만 속도전…엇박자 정책 논란

‘물가 관리 수단’ 된 자동차보험…적자 부담 결국 소비자에게

정부가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자동차보험 할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연합뉴스

고유가 대응과 에너지 절약.


정부가 내세운 ‘차량 5부제 보험료 할인’의 명분은 분명하다. 차량 운행을 줄이면 사고 위험도 낮아지는 만큼 보험료를 깎아주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책 방향과 별개로 방식은 여러 의문을 남긴다.


정부는 차량 5부제에 참여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보험료의 2%를 환급해주는 특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간 약 1만4000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민생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자동차보험 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동차보험은 이미 구조적 적자 상태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적자는 7080억원에 달했고, 손해율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를 웃도는 87.5%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 5부제 할인 특약까지 시행될 경우 보험업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연간 할인 비용만 최대 24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가 1조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사의 손해율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핵심 제도인 이른바 ‘경상환자 8주 룰’은 여전히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과잉진료를 줄이고 손해율을 안정화할 장치는 멈춰 있는데, 보험료 할인 정책은 빠르게 추진되는 셈이다.


손실을 줄일 제도는 제자리인데 비용 부담부터 늘어나는 구조다.


현장의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보험사들은 단순히 보험료만 할인해주는 것이 아니다.


가입자의 5부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앱 개발과 데이터 확보, 시스템 구축, 검증 인력 운영까지 사실상 정책 집행 비용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실효성 확보는 쉽지 않다. 상당 부분을 가입자의 자발적 참여와 양심에 기대야 하는 구조다.


블루투스를 끄거나 앱 사용을 회피할 경우 실제 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혜택보다 부담이 더 크게 남는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할인 폭은 크지 않은 반면, 보험사는 적자 확대와 운영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조정되는 상품인 만큼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부담은 특정 가입자가 아니라 전체 소비자에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보험은 원래 위험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보험은 손해율과 리스크보다 물가 안정과 정책 효과가 우선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민생 안정을 이유로 보험료 인하 압박은 반복되지만, 정작 손해율 악화 원인을 손볼 제도 개선은 번번이 늦어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할인 경쟁이 아니다.


손해율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착한 보험료’만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결국 소비자에게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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