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D 러시, '연 10%' 숫자에 가려진 함정을 보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7.16 07:06  수정 2026.07.16 07:06

ELD, 머니무브 속 수신 경쟁력 확보 위한 은행의 전략적 도구

예금자보호·원금보장에도 녹아웃 구조·중도해지 등 유의해야

예금자는 선진국 구조화예금처럼 '투자성 예금' 인식 필요

서울 시내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국내 은행권이 다시 한번 ‘고금리 예금 전쟁’에 돌입했다. 창구와 모바일 화면을 가득 채운 문구는 ‘연 10% 수익률에 원금보장’이다.


지수연동예금(ELD·Equity Linked Deposit)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을 달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저 정기예금의 한 변형처럼 포장된다.


예금자보호 대상이고,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이 보장된다는 사실이 강조되면서, 고령층과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예금자에게 강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품의 본질은 ‘예금+파생상품’ 구조에 있으며, 연 10%라는 자극적 수치 뒤에 숨은 조건과 리스크를 읽어내지 못하면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들이 ELD를 잇달아 내놓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머니무브’에 따른 수신 경쟁 심화다.


증권사 CMA,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 각종 대체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전통적 정기예금만으로는 고객을 붙잡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을 향해 치솟는 국면에서, 고객들의 기대수익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이 선택한 해법은 ‘증시가 오르면 이자를 더 드린다’는 형태의 지수연동예금이다.


규제 환경도 은행을 구조화 예금 설계로 내몰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비판과 비이자이익에 대한 감독 강화 속에서, 전통적인 대출·수수료 수익에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ELD는 고객 이탈을 막는 방파제이자, 압박받는 수익성을 보완하는 우회로인 셈이다.


ELD의 표면 구조는 단순하다. 예금자의 원금은 일반 정기예금처럼 은행에 맡겨지고, 은행은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에 연동된 옵션에 투자한다.


기본 금리는 일반 예금 수준으로 보장하되, 지수가 일정 구간에서 움직이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 이자를 지급해 최고 연 10%대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조건의 복잡성과 확률 구조다.


예를 들어, 만기 시점에 지수가 특정 범위 안에 있어야만 연 10%가 지급되는 상품이라면, 그 범위에 들어갈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과거 동일 지수의 변동성에서 해당 구간에 머문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또 다른 유형은 녹아웃(knock-out) 구조다.


지수가 설정된 상단을 초과해 크게 오르면 오히려 고금리가 적용되지 않고, 최저금리만 지급되는 구조인데, 이는 상승장이 강할수록 가입자 다수가 ‘광고된 최고 금리’와는 거리가 먼 수익률을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구조화 예금은 오랫동안 판매돼 왔다.


그러나 상품의 복잡성과 소비자 보호 요구를 의식해, 이들 시장에서는 구조화 예금을 사실상 ‘투자성 예금’으로 분류하고 상세한 공시·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경향이 강하다.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어떤 시나리오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수익이 제한되는지, 과거 유사 구조 상품에서 실제로 실현된 수익률 분포가 어땠는지까지 비교적 성실하게 제공하려는 노력들이 축적돼 있다.


국내 ELD는 예금자 보호라는 안전 프레임에 강하게 기대면서도, 파생 상품적 성격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원금보장 예금’이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으로는 구조화 파생상품에 가까운 상품임에도, 소비자 인식은 ‘예금인데 이자를 조금 더 준다’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규제 측면에서도 예금으로 분류된 상품에 파생연계 구조가 탑재될 때, 투자성 상품에 요구되는 적합성·설명의무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뒤늦게 따라가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ELD는 선진국 구조화 예금보다 더 공격적 마케팅과 완화된 설명 의무 사이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예금자는 ELD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연 10%’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수익률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지를 묻는 것이 출발점이다.


상품설명서에 제시된 상품 구조와 지수 조건을 보고, 해당 조건이 충족될 경우가 과거 자료에서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금융사에 설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평균적인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수익률과 최악의 경우 적용되는 최저금리도 함께 비교해야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중도해지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원금보장은 어디까지나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만기 이전에 자금이 필요해 해지할 경우, 해지수수료와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예금가입자는 6개월~1년의 만기 동안 자금이 묶여도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예금자보호와 원금보장이 제공하는 안전판은 분명하지만, 그 위에 얹힌 파생상품적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실질 수익률의 분포는 정기예금이나 주식투자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인다.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연 10%’라는 한 줄 문구가 아니라, 해당 숫자에 도달하는 경로의 구조와 확률을 읽는 눈이 필요하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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