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사퇴 불가에 멈춰선 '보수개편 시계'
'안철수·이준석·한동훈' 돌연 신경전
산발적 충돌 이면엔 경쟁자 제거 분석
"누가 대권주자인지 싸움 시작된 것"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무소속 한동훈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보수 진영의 잠룡으로 평가되는 인사 간 신경전이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패배로 보수 진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장동혁 체제가 유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화 국면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권 경쟁자를 상처 내거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창당론'을 재차 불 지폈다. 한 의원은 창당론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안 의원은 사실상 창당을 기정사실화 한 채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을 반대하는 만큼, 창당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정략적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특히 친한(친한동훈)계에 대해 노골적으로 평가절하하며, 한 의원이 복당할 경우 당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또다시 부각했다. 그는 "한 의원은 창당할 때 친한계 '여의도 렉카'는 배제하길 바란다"며 "저는 한 의원의 창당을 응원하지만, 진심 어린 충고를 하자면 이러한 사람들은 떨쳐내기 바란다. 한 의원을 지지하다가도 이러한 렉카들 때문에 진저리를 치고 멀어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한 의원과 친한계에 대해 적대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최근 법정에서 증언한 것을 두고 "거짓 선동"이라고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지난 8일 추경호 대구시장(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기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라고 처음 공지한 인물이 한동훈 당시 당대표로 안다"고 증언했고, 한 의원은 "거짓 선동"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한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왜곡하려는 시도가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역사 문제이기 때문에 왜곡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친한계 한지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법정에서는 정치가 아니라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중진의 책임 정치 역시 법정 안에서든 밖에서든 진실이 기본이길 믿고 싶다. 특히 역사적 사실 앞에선 더욱 그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한 의원이 복당하면 당내 인사를 공격하는 문화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복당 불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욱이 비상계엄을 저지한 것은 한 의원의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안 의원은 "왜 그날의 역사가 오직 한동훈 한 사람의 영웅 서사가 돼야 하나"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강경 대응에 대해 당내에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오히려 당 밖에서 옹호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시는 대한민국의 상처로 남은 계엄을 자신의 정치적 분칠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이날 역시 S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의원이 한 의원 복당을 반대하는 것을 두고 "안 의원이 굉장히 맞는 말을 했다"고 거들었다.
이번 비상계엄 증언을 두고 안 의원과 이 대표가 한 의원을 협공하는 모양새였다면,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논란에선 이 대표가 수세에 몰리는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한 의원은 개혁신당이 정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을 언제 알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고, 한 의원이 쏘아 올린 책임론은 국민의힘까지 참전해 공세를 펼치는 상황으로 연결됐다. 한 의원은 첫 문제 제기 이후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 대표는 해명 과정에서 국민의힘 배후설을 제기한 탓에 당권파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 놓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회 청년주권포럼 출범식 좌담회 '올공 2030 청년들에게 주권 회복 해결책을 묻다'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권에선 지난주부터 야권에서 불거진 산발적 충돌의 대상이 잠룡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22대 대선은 오는 2030년 3월로서 아직 거리가 멀지만, 향후 보수 개편을 염두에 두고 중심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장 대표는 당내 압박에도 거취 문제에 선을 긋고 있지만, 자진 사퇴 이외에 지도부가 해체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보수 시계'가 멈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날 경우,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해 23대 총선을 겨냥한 보수 대통합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테이블에는 한 의원의 복당은 물론 개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도 오를 수 있지만, 현재로선 언제 풀릴지 모르는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보수 개편 시기가 미지수라도 상수인 만큼 중심을 차지하기 위한 잠룡 간 수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 역시 중앙윤리위 재가동으로 '뺄셈 정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보수 진영의 유일한 대안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이번 보수 진영 내 산발적인 충돌 이면에는 향후 '보수의 얼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의 서막이라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 대통합의 판을 국민의힘이 열어야 하지만, 장 대표가 막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장 대표 못지않게 나머지 당권 주자 내지는 대권주자들도 일단 견제를 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서로 싸우는 이유는 존재감을 키우는 것과 차기 리더는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관심은 차기 대권으로 가고 있는 형국인데, 보수 진영 내 누가 차기 대권주자가 되느냐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장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이 대표도 한 의원도 모두 입당할 가능성이 있고, 이들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차기 당권을 쥔 사람이 차기 대권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번 충돌은 모두 연결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큰 틀에선 보수가 재집권을 하기 위해선 보수 대통합을 해야 하지만, 각자 본인만을 생각해 모두 배제를 하고 있으니 갈등이 해결되지도, 당세가 강화되지도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