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집 없는 자녀, 노후 없는 부모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6.07.16 07:00  수정 2026.07.16 07:00

집값은 오르고 대출은 막히고

부모의 퇴직금이 자녀 집값으로

대출 총량만 조인 정책…주거 격차와 노후 불안 동시에 키워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집값은 잡지 못한 채 대출만 조이자 부모 세대의 퇴직금과 노후 예금이 청년 세대의 주택자금으로 옮겨가고 있다.


집을 사려는 3040세대가 꺼내는 마지막 카드가 ‘부모의 통장’이 된 셈이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 9일 기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의 약 80%를 이미 소진했다.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서울 아파트값은 7월 첫째 주에도 0.3% 오르며 74주 연속 상승했다. 집값은 뛰는데 돈을 빌릴 길은 좁아지는 것이다.


대출로 채우지 못한 금액은 가족의 돈으로 메워지고 있다. 올해 1~4월 주택 취득에 투입된 증여·상속 자금은 약 3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규모인 6조5000억원의 절반을 불과 넉 달 만에 넘어섰다.


물론 모든 증여·상속 자금을 ‘부모찬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득과 상환 능력보다 부모의 자산이 내 집 마련의 성패를 가르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부모가 자녀에게 건네는 돈은 공짜가 아니다. 퇴직금이고 예금이며, 앞으로 써야 할 병원비와 생활비다.


자산가에게는 자산 일부를 미리 증여하는 일일 수 있지만, 평범한 중산층 부모에게는 노후 안전망을 헐어 자녀의 집값에 보태는 일이다.


우리나라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다.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 수급액도 69만5000원에 그친다.


부모 세대의 노후가 이미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의 주택자금까지 부담하게 만드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대출 규제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만 무작정 풀면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집값은 잡지 못한 채 실수요자의 대출만 막는다면 결과는 불평등해진다. 부모가 부유한 청년은 시장에 남고, 그렇지 않은 청년은 밀려난다. 주택 구매의 기준이 노력과 소득이 아니라 부모의 재산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부모가 자녀의 집을 마련해주느라 노후자금을 소진하면 향후 의료비와 간병비는 다시 자녀의 몫이 된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 하는 자녀가 부모 부양까지 감당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결국 공공복지로 돌아온다.


오늘 억제한 가계대출이 내일의 노인빈곤과 사회적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출 총량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부족분을 누가 감당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생애 최초·무주택 실수요자의 소득과 상환 능력을 반영한 금융 지원과 충분한 주택 공급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청년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의 노후를 담보로 내놓아야 한다면, 그 정책은 어느 세대도 보호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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