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2000억 ‘긴급 수혈’ 가시화…회생 재개 마지막 관문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6.07.16 08:49  수정 2026.07.16 08:52

MBK·메리츠 긴급 운영자금 지원 잠정 합의

메리츠 이사회·법원 판단 뒤 상품 공급 정상화 과제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연합뉴스

파산 기로에 놓인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지원 방식에 잠정 합의하면서 중단됐던 기업회생절차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다만 메리츠금융 이사회 승인과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는 데다 상품 공급과 매장 영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추가 유동성 확보도 필요해 회생 여부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와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에 2000억원 규모의 회생기업 신규자금대출(DIP)을 지원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에 운영자금 2000억원을 대출하고 김병주 MBK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대출금 전액을 보증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그동안 메리츠금융은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대주주인 MBK의 책임 있는 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김 회장이 전액 보증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의 협상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사회 승인을 거쳐 대출이 실행돼야 홈플러스가 실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홈플러스가 2000억원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은 기업회생절차를 다시 밟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조건이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지만,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다만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곧바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가 즉시항고 기간 안에 운영자금을 조달해 항고하면 서울회생법원이 폐지 결정을 다시 검토하고 관계인집회 등 회생절차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즉시항고 기한은 오는 20일까지다. 홈플러스는 자금 지원이 최종 승인되는 대로 즉시항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자금 고갈로 멈춰 선 영업망을 다시 가동하는 것도 과제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남아 있던 전국 67개 대형마트의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상품대금과 매장 운영비 등을 지급할 자금이 바닥나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홈플러스는 대형마트를 종전 126개에서 67개 핵심 점포로 축소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에 매각했다. 자연 퇴사와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도 약 50%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납품업체의 상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출 감소와 자금 부족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지 못했다.


2000억원이 투입되면 미지급 상품대금과 임차료 등 급한 운영비를 충당하고 매장 영업을 재개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 자금 수혈만으로 홈플러스의 경영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현금 결제나 거래 조건 강화를 요구하는 납품업체들을 설득해 상품 공급망을 복원해야 하고, 장기간 상품 부족과 휴업으로 이탈한 소비자도 다시 매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사업, 본사 조직 등 남아 있는 사업부문의 새 인수자를 찾는 작업도 필요하다.


홈플러스가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도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뿐 아니라 잔존 사업부문 인수합병과 사업구조 개선, 채권 변제 방안이 포함됐다. 회사 측도 상품 공급 정상화와 잔존 사업부문 M&A 성사를 회생의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지원이 홈플러스의 파산을 당장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00억원이 투입되면 매장을 다시 운영하고 회생절차를 이어갈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상품 공급과 매출을 정상화하고 추가 투자자까지 유치하지 못하면 유동성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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