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인권의 진짜 기준은 자국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림
하마스 등은 혁명수비대를 따라 자국민을 무시하는 통치철학 운용
혁명수비대는 이란을 전체주의 체제로 만들 위험성이 높은 조직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열병식을 펼치고 있다. ⓒ 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어떻게 되든, 향후 중동 평화는 오롯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비롯, 최근 3~4년간 극심한 중동의 갈등은 모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침공에서 비롯됐다.
물론 그 전에도 크고 작은 분쟁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동 역사에서 드물게 평화가 이어지던 터였다. 그것을 깨고 온 세계를 이 지경으로 만든 1차적 책임은 하마스에게 있다. 그리고 하마스의 뒤에는 바로 이란, 특히 실세인 IRGC가 있다.
하마스 조직원들은 국경을 타 넘고 1200여명의 이스라엘 국민을 무차별 살륙하는 과정에서 역대급 악행을 저질렀다. 여성을 성폭행하면서 희생자가 움찔할 때마다 등과 얼굴을 흉기로 마구 찌르는가 하면 다른 여성의 절단한 신체 부위를 자기들끼리 던지며 갖고 놀고 사타구니에 수십 개의 못을 박는 등 희대의 악행을 저지른 것은 당시에만 잠시 보도되었을 뿐 그 뒤로는 이상하게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는 "재빨리 프레임을 바꾸어 오히려 이스라엘을 악마로 만들어야 한다"는 반 이스라엘 측의 꾸준한 선전·선동이 효과를 보는데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예상보다 강력했으며 일반인들도 '그래도 이스라엘은 강자니까'라는 의식 때문에 뇌에서 적당한 보상 균형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이란의 지시에 맞추어 행동했다. 가령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쏘면서 일부러 유치원이나 병원을 발사 지점으로 골랐다. 당연히 이스라엘이 발사 원점으로 보복 포격하리라는 것을 알고 취한 결정이었다.
그래서 유치원이나 병원이 폭격을 당하면 하마스 선전부는 즉각 움직였다.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저지르는 시온주의자들이 무고한 어린이와 환자들을 죽였다. 이럴 수가 있나"라고 SNS에 올리면 전세계 동조 세력은 이를 퍼 나르며 흥분했다.
그러면 하마스는 뒤로 씨익 웃었다. 자국민을 전방의 최전선에 세운 셈이다. 그러다가 혹시 이스라엘 측의 실수 사례라도 한건 벌어지면 하마스는 춤을 추었다. 하마스에서 탈출한 인력들은 그렇게 고백했다.
흔히 '보편적 인권'이라고 떠들지만, 엄격히 범주를 구분해야 한다. 전쟁과 테러 상황이라고 하여 인권 침해나 탄압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례원칙에 따라 상황의 불가피성을 감안해주는 경우도 있다.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나라가 적군이나 외국인이 아니라 자국민의 인권을 진실로 존중하느냐다. 중동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대부분 왕정이나 군사독재 체제인 경우가 많아 자국민에 대한 인권이 취약한 편이다.
특히 이집트에서 비롯된 과격파인 무슬림형제단의 전통을 이어 받았거나 이란 IRGC의 무차별 진압 행태를 학습한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등은 잔혹하게 자기 나라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한다.
원래 지난 1979년 호메이니의 경호부대로 창설된 IRGC는 1989년 하메네이가 권력을 승계하면서 대외적으로도 파워를 키워 나갔다. 건설·에너지·통신 등 주요 기업들의 지분도 속속 확보해 나갔다. IRGC의 예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30~5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적으로 중동 테러단체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면서 '저항의 축'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보면 이란 시민사회를 완전히 장악하여 핵무기와 공포정치를 내세운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Totalitarianism) 체제 또는 병영국가(Garrison state)로 만들 위험성이 높다.
전체주의란 무엇인가. 한나 아렌트가 쓴 <전체주의의 기원>으로 인해 대중에 친숙해진 이 용어는 1917년 레닌이 러시아에서 권력을 장악하면서 본격 거론됐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가 뒤를 이었다.
전체주의는 '한 정당이 전체 권력을 장악하고, 그 정당의 가치에 따라 사회를 개조하려는 시도를 하는 체제'다. 중국, 베트남, 쿠바 등은 경제개혁을 시행하면서 전체주의와는 거리가 멀어졌고, 오늘날 북한만이 전체주의의 사례로 남아있다.
정치학에서는 고전이 되었지만 프리드리히와 브레진스키는 전체주의의 특징으로 ▲관제 또는 공식적 이데올로기 ▲단일 대중정당 ▲폭력적 경찰 지배체계 ▲매스미디어의 독점 ▲군부세력의 독점 ▲중앙통제 지시경제 ▲팽창주의(expansionism) ▲법과 법원의 행정적 통제 등 8가지를 지적했다. 그런 체제에서는 인권이 살아남을 턱이 없다.
이란은 지난해만 최소 1639명을 처형했다. 마무드 아미라 모가담 이란인권기구(IHRNGO) 대표는 "이란 당국이 하루 평균 4건 이상의 처형을 통해 공포를 조성함으로써 새로운 시위를 막고 흔들리는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RGC는 정교하고도 다층적인 통제·보안 억압 시스템을 구축, 작년 12월 28일부터 시작됐던 대규모 반체제 시위도 효율적으로 가로막았다. IRGC는 전국 31개 주(州) 단위로 구성돼 있지만 산하 도시나 동네 단위까지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는 북한의 5호 담당제를 연상시킨다. 평상시에는 외부 공격에 대비한 보병부대와 국내 시위를 진압하는 치안부대가 이원적으로 운영되지만, 국내 시위가 확산되면 보병부대까지 치안 작전에 통합된다. 올해 초 국내 시위에서 저격수와 기관총까지 동원해 대규모 유혈 진압을 벌인 주체는 IRGC 보병부대다. 그렇게 IRGC가 직접 나서면 대규모 살상이 벌어지면서 시위는 순식간에 진압된다.
이란에서는 지금도 '피의 11월(Bloody November)'을 기억하고 있다. 2019년11월15일 이란 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최대 200% 인상하고 배급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은 분노하여 뛰쳐나왔으며 시위는 몇 시간 만에 전국 도시로 번졌다. IRGC는 시위 시작 직후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며 소통을 막았다. 그리고 헬기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차별 실탄 사격을 가했다. 사흘 만에 15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죽었다. “반항하면 즉사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면서 시위 진압에 성공했다.
특히 IRGC는 시위 때마다 가두 진압을 맡은 준 군사조직 바시즈(Basij) 이슬람 민병대와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Quds)군을 활용하고 있다. 바시즈의 경우 이라크·아프간·시리아 용병을 고용해 시위대를 향해 "모하레베(알라의 적)"라고 부르며 두쉬카(중기관총)를 난사하는가 하면 병원을 뒤져 부상당한 시위대를 찾아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확인 사살하고 있다. 적군이 아니라 자국민을 향해 벌인 행동이다.
이란 전체 인구의 75%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다. 이들은 더 이상 이슬람 혁명이나 시아파 순교에 자신을 바치지 않는다. 테러 수출이나 핵개발을 위해 국제 제재를 기꺼이 감수하라는 IRGC의 요구에도 정면으로 맞선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이번 전쟁에서 12세 소년병까지 동원하려는 IRGC의 행태를 보면 이들은 이란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집단 사익과 체제 유지에 몰두한다"면서 "2026년1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IRGC의 유례없는 유혈진압이 진행됐는데 기관단총까지 동원된 강경 진압으로 최대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희생자 대부분은 혁명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였다"고 지적했다.
18세 소년 아미르호세인 하타미는 올 1월 시위에 참가했다가 IRGC에 체포된 뒤 결국 4월2일 사형이 집행됐다. 인권을 외치는 서방인사들은 왜 이런 뉴스에는 꾹 입을 다물까.
IRGC의 제 8대 총사령관인 아흐마드 바히디는 이번 전쟁에서 미국에 대한 저강도 분쟁 지속과 버티기 작전을 설계했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도 지휘해왔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무리 IRGC의 수뇌부를 제거해본들, 이미 그 자체가 생물로 변한 IRGC의 권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조직, '알라의 대리자'라는 최고지도자 라흐바흐 외에는 두려울 것이 전혀 없는 조직이 IRGC의 실체다. 자기들 표현대로 IRGC는 구세주인 마흐디가 재림하기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천만다행으로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끝난다 해도, IRGC는 "세계 최강대국과 싸워서 이겼다"면서 더욱 독재에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IRGC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중동에서 전쟁과 테러의 뉴스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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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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