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와 좌파 독재주의가 결합하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5.15 09:50  수정 2026.05.15 09:51

유일신교 이슬람과 무신론 좌파의 기묘한 결합 '이슬람 좌파주의'

이란, 전형적인 이슬람 좌파주의 국가…'인권 탄압'에도 지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열병식을 펼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미국·이란 전쟁이 흐지부지 끝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열을 재정비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하는 이란은 같은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는 멀어지는 대신, 긴밀하게 협력하던 러시아·중국·북한과는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유일신 알라(Allah)를 믿는다는 이란이 무신론(無神論)을 기반으로 하는 좌파 국가들과 손을 잡고 세계의 파워 세력이 되는 '이슬람 좌파주의(Islamo-Leftism)'가 본격 열리는 셈이다.


지난 2002년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앙드레 타기에프가 처음 언급한 '이슬람 좌파주의'는 프랑스에서도 논란이 될 정도로 아직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대체로 일부 이슬람 세력이 반미·반이스라엘 같은 목적을 위해 경제적 평등, 노동권, 반식민주의·반제국주의를 내세우는 일부 좌파와 손을 잡는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 금융수도라는 뉴욕(조란 맘다니)과 런던(사디크 칸)에서 모두 좌파 성향의 남아시아계 무슬림이 시장을 맡게 된 것도 '이슬람 좌파주의'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사실 이번 전쟁에서 다소 엉뚱하게 이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란에서 공부했거나 근무했던 사람들 중에 그런 태도를 종종 보이는데, 특히 좌파에 속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란이 입은 치명적인 손상은 외면한 채 "이란이 그렇게 두들겨 맞았어도 아직 건재하며 이란의 정권도 바뀌지 않았으니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졌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도 서슴없이 내놓는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과도함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며 두 국가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란을 두둔할 일은 아니다. 올 초만 해도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위를 벌이는 자국민 4만여명을 죽였고 10대 소년들을 잇달아 공개 처형하는 인권말살의 기괴함을 보인 것은 안중에 없고 그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잘못된 행동 하나를 들추어 과잉 비판하는 것은 좌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어리벙벙한 우파에 비해 좌파는 음모론과 갈라치기에 능숙하다.


최근 공개된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측에 저지른 성폭력 보고서'를 보면 기가 막힌다. 신체 훼손, 집단 강간, 생식기에 물체를 강제로 삽입하는 행위, 얼굴과 생식기 부위에 대한 총격 등등 기가 막힌다. 당시 생존자인 라즈 코헨은 “여성이 차량에서 끌려 나와 강제로 옷이 벗겨진 뒤 강간당했고 반복적으로 찔려 살해됐다”며 “심지어 죽은 뒤에도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어쩌면 '이슬람 좌파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물론 그런 악한 행동은 대다수 선량한 무슬림과는 거리가 멀다. 원래 이슬람은 좌파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반대로 모든 좌파가 이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7세기에 등장한 이슬람은 유일신 알라를 믿는 종교다. 마호메트는 메카의 카바 신전에 있던 수많은 다신교 우상들을 정리하고 유일신 체계를 확립했다. 아랍 세계에서 무신론자를 '일하드'라고 하는데 알라에 대한 예배를 거부하고 알라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뜻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금도 13개(중동 7개, 아프리카 4개, 동남아 1개 등) 이슬람 국가들은 무신론자를 배교자와 함께 사형에 처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이란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좌파의 경우 사상적 범위가 방대하고 소수의 현대 좌파는 신(神)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전제는 무신론이다. 공산주의 이념이 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근대주의, 합리주의, 역사주의, 유물주의, 무신론 등을 기본 전제로 깔면서 "종교는 아편"이라고 외쳤다. 그렇게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지닌 이슬람 일부와 좌파 일부가 '반미·반이스라엘'을 목표로 교집합으로 만나게 되면 엉뚱한 부작용을 낳는다.


돌아보면 서양의 제국주의가 19세기 말에 중동을 점령했지만 당시 좌파는 아랍민족주의를 응원했지 이슬람을 변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1967년 6월 단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압승으로 끝난 제 3차 중동전쟁 이후 아랍민족주의가 쇠퇴하고 1970년대부터 과격한 이슬람주의가 성장하자 이슬람·좌파 동맹의 조짐이 보였다. 그러다가 1979년 이란에서 "미국은 큰 사탄, 이스라엘은 작은 사탄"이라고 외친 이슬람혁명이 성공하면서 동맹은 강해졌다.


이란의 주도로 1982년 레바논에서 만들어진 테러단체 헤즈볼라는 초창기에는 미국과 소련을 모두 적으로 규정하며 이슬람이란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띄었으나, 이후에는 레바논 공산당과 연대를 마다하지 않는 등 '종교'보다는 '반미'를 더 큰 가치로 삼게 됐다.


지난 2001년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9.11 테러를 일으키면서 이슬람과 좌파의 연대는 강화되었다.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반미라는 목표 아래 무신론을 주장하는 공산주의 세력을 포함, 모든 반미세력을 포용했다. 당시 서양에서 '이슬람 공포증'이 확산되면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자, 이슬람과 무슬림을 변호하는 노력이 좌파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구(舊) 소련 볼셰비키즘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열정의 대상을 잃어버렸던 유럽 좌파는 중동의 일부 이슬람 세력과 손을 잡고 새로운 에너지를 찾고 있으며, 지금도 트럼프식 자본주의를 강제하려는 미국의 음모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의 설명이다.


"권위주의 사회주의 세력과 교조적 이슬람 급진주의는 공동의 적 앞에서 전략적으로 결합하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이라크 전쟁 후 탄생한 테러조직 IS(이슬람국가)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기반이었던 바아트당은 세속적 아랍사회주의 정당이었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정권이 붕괴하면서 수많은 수니파 인력이 실업자가 됐고 일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인 지하디스트 무장세력으로 유입됐다. 즉 아랍사회주의자 그룹와 지하디스트 세력이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손을 잡았다. 결국 이들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로 발전했고 훗날 IS로 변모했다. 사회주의 독재 세력과 종교적 극단주의가 공동의 적 타도라는 목표 하에 전략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지금 이란은 '이슬람 좌파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폭 드론을 공급해주면서, 중국에는 석유를 몰래 팔면서, 북한과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교류를 하면서 이슬람 국가이자 좌파 국가로서의 색깔을 짙게 하고 있다. 이란이 '이슬람 좌파주의'에 깊게 빠진다면 중동과 세계의 평화는 우울해진다.


오래 전 지혜의 왕으로 불렸던 솔로몬은 "지혜자의 마음은 오른쪽에 있고 우매자의 마음은 왼쪽에 있느니라"는 말씀을 남겼다. 여기서 말한 왼쪽이 오늘날의 좌파를 가리키는 건 아니겠지만, 유일신을 믿던 솔로몬 입장에서도 무신론을 상징하는 왼쪽의 이미지가 그리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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