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예능에도 ‘정치 색깔론’
아이유·박보영 등 무차별 낙인
“KBS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제가 MBC 선거 방송 한 번 출연했다가 ‘좌빨맨’이라고 소문이 났다.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세탁을 하고 싶다.”
공무원 출신 유튜버 김선태가 KBS 웹예능 MC로 데뷔하며 한 말이다. 고민 끝에 출연을 수락한 이유를 유머러스하게 설명한 것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작은 발언 하나, 행보 하나에도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낙인찍는 사례가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지 '핫이슈지'ⓒ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의 부작용이 대중문화계로도 번지고 있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극단적인 잣대가 대중문화에 적용되면서 때로는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는 사례는 빈번하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서울 잠실 개표소 앞 시위가 이어지던 지난달에는 연예인들에게 ‘선결제’를 요구하거나 악플을 다는 현상이 벌어졌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팬들을 위해 커피와 음식 등을 선결제한 배우 박보영,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등에게 “이번에는 왜 가만히 있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을 환영하는 글을 게재했던 이동욱의 SNS에도 “이번에는 왜 침묵하냐”는 적대적인 댓글이 달렸다.
코미디언 이수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패러디 영상을 게재했다가 ‘사과 후 삭제’ 수순을 밟았다. 공무원의 애환을 패러디한 ‘공무원 김지영 씨의 철밥통 지키기’ 영상 속 극성 민원인이 “재선거”를 외친 대목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위를 악성 민원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고, 결국 이수지는 “특정 사안이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고 사과하며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달 유튜버 ‘1분요리 뚝딱이형’이 밀키트 가격 인상을 설명하며 환율 상승을 언급하자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냐”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유사한 장면이 빈복되고 있다. 발언 하나, 표현 하나까지도 지적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사건과 무관한 연예인들이 뜬금없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투표 완료 인증샷 속 옷 색깔, 손가락 모양까지도 정치적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것에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영상 콘텐츠에서는 작은 표현 하나에도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며, 대중문화 종사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발 빠르게 파악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이기도 하다. 특히 풍자와 패러디는 아슬아슬하지만,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며 대중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다만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잣대가 적용되는 지금, 대중문화계에서는 ‘조심, 또 조심하자’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무차별적인 악플 테러나 과잉 해석이 반복되면 자기 검열과 표현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한 ‘안전한’ 콘텐츠가 이어지면, 그 피해는 대중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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