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놀란 감독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9.14 07:07  수정 2026.09.1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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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영화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국내에서 쌍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지난 2014년 ‘인터스텔라’에 이은 두 번째 1000만명이 관람한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1000만 관객을 넘긴 외화는 '아바타'(2009), ‘겨울왕국’(2014), '인터스텔라'(201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알라딘'(2019), '겨울왕국 2'(2019), '아바타: 물의 길'(2022) 등 9편이었는데 ‘오디세이’로 10편이 채워졌다.


외국 감독으로 국내에서 두 편 이상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앤서니·조 루소 형제, '아바타' 시리즈의 제임스 캐머런, '겨울왕국' 시리즈의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 등인데 모두 시리즈물로 잇따라 천만 흥행을 만들어냈다. 반면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서로 연결점이 없는 두 편의 단일 작품으로 각각 천만 흥행을 탄생시켰다.


시리즈물은 전편 흥행의 후광 효과가 작용하지만 단일 작품은 그런 게 없다. 게다가 ‘어벤져스’ 시리즈나 ‘아바타’ 시리즈는 컴퓨터 그래픽 시각효과의 정점에 있는 액션 오락 영화여서 상업성이 컸고 ‘겨울왕국’은 디즈니 만화영화이기 때문에 기본 팬층이 있었지만 ‘인터스텔라’와 ‘오디세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를 이룬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그만큼 한국 관객의 놀란 감독 사랑이 뜨겁다는 걸 말해준다.


놀란 감독의 작품들은 한국 관객이 생각하는 명작의 조건, 그리고 극장에 찾아가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의 조건에 부합한다. 한국 관객은 이야기가 짜임새 있고 안정되게 흘러가며 마지막에 납득 가능한 완결성을 보여주길 원한다.


이야기가 헐겁거나 난삽난해하거나 마지막에 안정된 완결성이 없다면 호(好)보다는 불호(不好)의 반응이 크다. 이는 최근 나홍진 감독의 ‘호프’에서 많은 관객들이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놀란 감독의 영화들은 이런 한국 관객의 요구 또는 수준에 맞는 이야기의 난이도와 완성도를 보여줬다.


거기에 뭔가 지적인 깊이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놀란 감독이 만든 ‘배트맨’을 보고 관객들은 어떤 정치학적 문제 제기를 하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터스텔라’는 우주의 신비에 대한 물리학적 통찰을 제기하는 것 같았고 ‘오디세이’는 인류 최고의 고전(이것은 서양 중심적인 표현이지만)을 담았다는 기대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지식을 쌓는 공부 경쟁을 하고 그것이 사회에서의 성취를 좌우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지식에 대한 욕구가 크다. ‘인터스텔라’와 ‘오디세이’에 지식 교양이 담겼다는 소문이 도니 많은 젊은이들이 극장을 찾은 것이고 특히 ‘인터스텔라’ 상영관엔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오디세이' 포스터.ⓒ유니버설 픽쳐스

그런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이야기를 지루하거나 생경하지 않게 풀어낸다. 그리고 강력한 볼거리들을 배치하면서 인간적 드라마까지 빼놓지 않는다. 이래서 딱 관객 눈높이에 맞는 ‘재밌는 명작’들을 만들어냈다. 명작은 상업적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매우 많아서 관객들이 기피하지만 놀란의 영화는 명작 같으면서도 오락성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놀란이 제공하는 볼거리들도 일반적 오락물과는 다른 명작의 향기를 제공했다. 요즘 헐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는 거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루어지는데 놀란은 대부분 실제 촬영으로 시각효과를 구현한다.


이것이 요즘 보기 드문 아날로그 장인 장신, 거장의 작품세계, 이런 식의 작가주의로 받아들여지면서 더욱 강력한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오디세이’의 경우는 100% 아이맥스 촬영으로 더욱 극장에 갈 이유를 만들었다. 요즘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험’하기 위해서 극장에 가는 경향이 있다.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이 그런 체험 이벤트로서의 영화 관람에 적절했다.


이런 요소들로 놀란 감독의 영화는 한국에서 일종의 경외 대상이 되었다. 일반적인 상업적 영상물 이상의 작가적 성취라고 인정받고 그 영화들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 당연해졌다. 우리 사회는 유행 추종성이 매우 강하다. 남들이 다 그렇다고 하면 나도 동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놀란 감독의 영화들이 대세로 등극하자 결국 모두가 함께 따르는 유행이 되었다.


결국 놀란 감독은 딱 우리 관객 눈높이에 맞는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이야기와 설정, 창작 태도로 대중적 명작을 만들어내 외국인임에도 한국에서 국민 감독에 등극했다고 하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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