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한국영화 회복세 이어 여름엔 대형 외화 흥행 주도
9월 한국영화 잇단 출격…회복세 확산 여부가 다음 시험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올해 극장가에서 두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지난 3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고지를 밟은 데 이어 한국영화와 외화에서 각각 천만 영화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까지 침체를 겪었던 극장가는 올해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영화 매출액은 5790억원, 관객 수는 570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9%, 34.2% 증가했다. 특히 한국영화 매출액은 3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7% 늘었고,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의 94.2% 수준까지 회복했다.
상반기 회복세의 중심에는 ‘왕과 사는 남자’가 있었다. 지난 2월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처음부터 압도적인 스코어를 기록한 작품은 아니었다. 설 연휴와 3·1절 연휴라는 호재에 유해진과 박지훈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의 정서에 대한 호평이 더해지면서 입소문이 관객층을 넓혔다. 개봉 31일 만인 3월 6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뒤 누적 관객수 1691만명을 동원했다.
'왕과 사는 남자'·'오디세이' 포스터ⓒ쇼박스·유니버설 픽쳐스
하반기에는 ‘오디세이’가 흥행 열기를 이어받았다. 지난 8월 5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33일째인 9월 6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이자 첫 천만 외화로, 역대 외화 가운데서는 10번째다. 놀란 감독 역시 ‘인터스텔라’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오디세이’의 흥행은 ‘왕과 사는 남자’와는 다른 경로를 탔다.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172분 전 분량을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 할 영화라는 인식이 개봉 전부터 형성됐다. 주요 아이맥스관에서는 치열한 예매 경쟁이 벌어졌고, 인기 회차와 좌석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 정가의 수배를 요구하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흥행은 올해 극장가에서 두드러진 특별관 성장세와도 맞닿아 있다. 올해 상반기 특수상영 매출액은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증가했고, 전체 극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9%로 높아졌다.
한국 관객의 높은 놀란 선호도 ‘오디세이’ 흥행의 한 축이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 등을 거치며 국내에서 두터운 관객층을 쌓아온 놀란 감독은 ‘오디세이’로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전 세계 흥행에서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오디세이’를 앞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디세이’가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다른 흐름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천만에 도달한 두 작품이 극장 밖에서는 비슷한 확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의 관심이 작품 속 이야기의 뿌리를 찾아 역사와 고전으로 이어졌다. ‘왕과 사는 남자’ 개봉 이후 단종 관련 도서 판매가 크게 늘었고, ‘오디세이’ 역시 개봉을 전후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비롯한 관련 도서 판매가 증가했다. 영화에서 시작된 관심이 관람에 그치지 않고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문화 소비로 이어진 셈이다.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지만 여름 시장에서는 관객의 선택이 일부 작품에 강하게 집중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7월 29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흥행을 주도한 데 이어 일주일 뒤 ‘오디세이’가 가세하면서 두 대형 외화가 여름 박스오피스를 이끌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역시 현재 9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 다른 작품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454만여명을 동원했지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가 차례로 등장한 뒤 흥행세가 둔화됐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은 85만여명을 모으며 이들 외에 여름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였지만 124만명을 동원한 전편에는 미치지 못했다.
극장가 전체에 대규모 관객이 유입되는 가운데서도 흥행의 무게중심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에 뚜렷하게 실린 셈이다.
이제 시선은 9월 극장가로 향한다. 전통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강세를 보이는 여름 시장을 지나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상반기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한 한국영화에서 시작돼 여름 대형 외화로 이어진 흥행 흐름이 다시 여러 한국영화로 확산될 수 있을지가 하반기 극장가의 관전 포인트다.
올해 두 편의 천만 영화 탄생과 상반기 지표 개선은 극장가가 지난해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다. 다만 기록적인 흥행작이 나오는 것과 시장 전반에서 다양한 작품이 고르게 관객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여름 대형 외화에 집중됐던 관객의 선택이 9월 이후 한국영화를 비롯한 후속 개봉작으로 넓어질 수 있을지가 올해 극장가 회복세의 지속성을 가늠할 다음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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