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자신의 권력을 당규약에 적어 넣었나 [박은주의 한반도 전략 시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9.08 07:00  수정 2026.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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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권력을 '자리의 권력'으로

후계자보다 먼저 '자리'를 만드는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동해 원산항에서 열린 강건호 취역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 딸 김주애가 함께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북한의 조선로동당 규약이 개정됐다. 언론과 전문가 다수는 ‘김정은 총비서의 권한 강화’에 주목한다. 당중앙위 전원회의·정치국회의 소집, 핵심 간부 임면, 당 조직 조정 등 총비서의 권한이 이전보다 한층 구체적으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틀린 분석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수령체제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지시는 본래 당규약 조문 위에 존재했다. 김정은이 당 총비서라는 직함을 가졌기 때문에 당과 권력을 좌지우지해 온 것이 아니다.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김정은은 왜 굳이 규약에 하나하나 명기했을까.


이번 개정의 본질은 권력의 ‘크기’가 아닌 ‘형태’의 변화에 있다.


독재체제에서 권력은 역설적이다. 강력한 지도자에게 제도는 불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최고지도자의 말 한마디면, 헌법이나 규약을 확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강력함이 권력승계에서는 약점이 된다. 개인의 권위에 의존하는 권력은 그 개인이 사라지는 순간 누구에게, 어떻게 이전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당규약 개정은 최고지도자가 행사하는 실질적 권력을 ‘김정은 개인’에서 ‘총비서라는 직위’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김정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를 “총비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권력이 사람에게 묶여 있으면 해당 인물의 부재 시 불확실성이 커지지만, 직위에 귀속되면 그 자리를 승계하는 누구든 비슷한 통제력을 쥐게 된다.


이 관점은 북한의 후계 구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놓을 수 있다.


딸 김주애가 전면에 등장한 이후 후계 논의가 뜨겁지만, 공식 후계자 지정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오히려 '누가 오더라도 작동할 수 있는 권력 구조'부터 재편하는 듯 보인다. 누가 다음 지도자가 되든 당을 장악하고, 간부를 임명하며 의사결정을 주도할 제도적 틀을 미리 깔아두는 작업이다.


왜 지금일까. 집권 초기의 불안정을 극복한 김정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의 구조화'다. 집권 이후 당 중심 국가운영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김정은은 이번 개정을 통해 통치권력을 당의 직위와 조직체계 속에 한층 촘촘히 새겨넣었다. 자신이 구축한 권력 체계가 '포스트 김정은 시대'에도 지속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셈이다.


북한에서 법과 제도는 민주주의 국가와 같은 방식으로 최고지도자를 구속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행사하고 있던 권한을 당규약에 구체적으로 적어 넣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개인의 의지에 의존하던 권력을 지속가능한 통치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만들고 있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통치 규칙이 아닌, 자신 이후에도 작동할 승계의 규칙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에게 몇 개의 권한이 더해졌느냐가 아니다. 그의 권력이 '인물의 권력'에서 '자리의 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 지점이다.


글/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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