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파이더맨4’ 압승, 한국은 ‘오디세이’ 더 봤다…남다른 ‘놀란 사랑’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01 06:24  수정 2026.09.0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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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886만명·983억원…‘스파이더맨4’ 국내 관객·매출 모두 추월

첫 내한 성사시킨 한국 관객의 지지

감독 이름 자체가 흥행 브랜드로

전 세계 극장가에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관객 수와 매출 모두 ‘오디세이’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넘어섰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전 세계 누적 매출은 23억 3000만 달러로 역대 글로벌 흥행 4위에 올라 있다. ‘오디세이’는 15억 500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격차만 약 7억 8000만 달러다. 북미에서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5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반면 한국에서는 ‘오디세이’가 누적 관객수와 매출에서 역전해 우위를 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오디세이’는 누적 관객 886만 4943명, 누적 매출 983억 2300만원을 기록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누적 관객 854만 8398명, 누적 매출 891억 1134만원으로 집계됐다.


크리스토퍼 놀란ⓒ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두 작품이 맞붙은 시점부터 국내 박스오피스의 흐름은 뚜렷했다. 7월 29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개봉 직후 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지만, 일주일 뒤인 8월 5일 ‘오디세이’가 개봉하면서 정상 자리를 내줬다. ‘오디세이’는 개봉 첫날 1위에 오른 뒤 줄곧 정상을 지킨 결과, 올해 개봉 외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오디세이’ 강세가 눈에 띄는 이유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역시 국내에서 시리즈 최고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개봉 21일 만에 톰 홀랜드가 주연한 기존 스파이더맨 영화들의 최종 관객 수를 모두 넘어섰다.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725만명,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 802만명,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755만명에 이어 ‘브랜드 뉴 데이’는 854만명을 동원했다. 스파이더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난 결과는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오디세이’의 한국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오디세이’의 해외 시장별 성적을 보면 영국이 1억 198만 달러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고, 한국이 568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어 호주 4082만 달러, 중국 3590만 달러 순으로, 한국은 북미를 제외한 해외 시장 가운데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


놀란 감독의 고향인 영국에서도 두 작품의 흥행 순서는 글로벌 흐름과 같았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영국에서 1억1858만 달러를 벌어들여 ‘오디세이’를 앞섰다. ‘오디세이’가 해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곳이 영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오디세이’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앞선 결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한국 성적ⓒ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한국에서 놀란 감독의 영화가 유독 큰 흥행을 기록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2014년 개봉한 ‘인터스텔라’다. 국내에서 1038만명을 동원했으며 한국은 북미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흥행 시장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당시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인구 대비 다른 시장보다 높은 흥행 강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른 작품들도 꾸준히 관객을 모았다. ‘다크나이트’(2008) 428만명, ‘인셉션’(2010) 601만명,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642만명, ‘덩케르크’(2017) 282만명, ‘테넷’(2020) 200만명, ‘오펜하이머’(2023) 323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오디세이’는 886만명에 근접하며 ‘인터스텔라’에 이어 놀란 감독의 국내 흥행작 2위에 올라 있다.


흥행 여건이나 작품의 성격에 제약이 있었던 경우에도 관객을 끌어모았다. ‘테넷’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위축됐던 2020년 개봉해 200만명을 동원했고,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개발을 이끈 물리학자의 생애를 다룬 3시간 분량의 전기영화임에도 323만명이 관람했다.


놀란 감독도 한국 관객의 반응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오디세이’ 개봉을 앞둔 지난 8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 등과 기자간담회 및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 때부터 한국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좋아하고 극장에서 오랫동안 관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한국 방문을 오래전부터 원했다고 밝혔다. ‘테넷’ 개봉 때도 방한을 희망했지만 코로나19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놀란 감독의 작품이 꾸준히 흥행한 이유를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복잡한 서사와 과학적 소재, 대중적인 볼거리와 인간적인 주제를 결합하는 놀란 특유의 연출 방식이 국내에서 그의 영화를 즐기는 방식과 맞물려왔다.


놀란 감독은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구조를 파악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메멘토’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뒤집었고 ‘인셉션’에서는 꿈 안에 또 다른 꿈을 겹쳐 놓았다. ‘덩케르크’는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교차시켰고 ‘테넷’에서는 시간의 순행과 역행을 동시에 펼쳤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온라인에서 설정과 시간 구조, 결말을 둘러싼 해석이 이어지면서 관람 이후의 논의까지 영화 소비의 일부가 됐다.


과학과 역사처럼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는 소재를 대중영화의 영역으로 끌어온 점도 특징이다. ‘인터스텔라’는 상대성이론과 블랙홀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고 ‘오펜하이머’는 핵물리학과 원자폭탄 개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인터스텔라’가 흥행 할 시기 국내에서는 영화에 등장한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에 과학적 소재를 둘러싼 온라인과 SNS의 논의, 작품의 교육적 요소 등이 흥행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복잡한 설정만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인터스텔라’는 우주 탐사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결합했고, ‘오펜하이머’는 과학자의 성취와 함께 자신이 만든 결과를 마주하는 한 인간의 책임과 죄책감을 따라갔다. 지적인 소재와 거대한 볼거리 안에 가족, 집착, 선택과 책임 등 보편적인 감정을 배치하는 방식은 놀란의 작품이 마니아층에 머물지 않고 대중적인 흥행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됐다.


극장 경험 역시 빼놓기 어렵다. 놀란 감독은 IMAX 필름 카메라와 대규모 실제 세트, 실사 촬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분량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국내에서도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오펜하이머’를 거치며 IMAX 등 특별관을 찾는 수요가 이어졌다.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특별관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특수상영관 관객은 285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고 매출은 457억원으로 56.3% 늘었다. 극장 관객이 작품을 선별해 찾는 흐름 속에서 화면과 음향 등 극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요소가 관람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놀란 감독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극장 중심의 제작 방식과 맞닿는 지점이다.


여기에 지난 20년 가까이 쌓인 흥행 기록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 자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다크나이트’부터 ‘인셉션’,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를 거치는 동안 복잡한 이야기와 대규모 볼거리, 극장에 최적화된 영화를 선보인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한국에서 놀란은 작품의 장르나 소재를 넘어 감독의 이름만으로 관객의 선택을 끌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할리우드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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