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兩强’ 창신메모리에 이어 양쯔메모리도 IPO 돌입
재무구조 개선 아닌, 생산·기술력 제고 위한 ‘실탄’ 확보 차원
양쯔메모리, 올 2분기 시장점유율 日 키옥시아 따돌리고 3위
美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 경쟁력에는 한계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양쯔메모리(YMTC) 공장에서 양스닝(오른쪽) 양쯔메모리 당시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실탄’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업체 창신메모리(CXMT·長鑫存儲)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양쯔메모리(YMTC·長江存儲)가 IPO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양대 산맥이 대규모 실탄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상하이(上海)증권거래소는 양쯔메모리의 모기업인 창장춘추(長江存儲)홀딩스(CCSH)가 제출한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STAR market·과학기술주 전용시장) IPO 신청을 수리했다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소속 국제뉴스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T), 로이터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창장춘추는 이번 공모를 통해 330억 위안(약 6조 8000억원) 규모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달 규모는 커촹반 사상 창신메모리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중국 금융기관 퍼스트시프론트의 양더룽(楊德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와 컴퓨팅 파워, 알고리즘, 로봇 등 AI 관련 종목이 중국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첨단 테크(기술)기업의 IPO가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IPO에서 확보한 자금 가운데 208억 위안은 생산라인 기술 고도화에 투입된다. 나머지 122억 위안은 차세대 낸드플래시와 고속 스토리지(저장장치) 제품의 연구·개발(R&D)에 사용될 예정이다. 단순히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자금을 집중한다는 얘기다. 양쯔메모리는 상장 과정에서 19억 8000만~24억 3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공모가에 따라 상장 후 기업가치는 2750억~33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창장춘추홀딩스의 자회사 양쯔메모리의 후베이성 우한 반도체 공장 모습. ⓒ 양쯔메모리 홈페이지 캡처
양쯔메모리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전략적 의미가 큰 기업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6년 7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설립된 국유(國有) 3D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다.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인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D램과 다르다.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폭넓게 쓰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일본 키옥시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 제재에 맞서 메모리 분야의 자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온 양쯔메모리의 가장 큰 무기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도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독자적인 3D 낸드 적층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두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왔다.
이런 만큼 양쯔메모리의 성장 속도는 상당히 가파르다. 홍콩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양쯔메모리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14%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25%로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포함해 22%로 2위를 기록했다. 양쯔메모리는 일본 키옥시아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처음으로 3위에 올라섰다.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은 각각 14%, 13%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양쯔메모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70억 4000만 위안에 달했다. 지난 1분기만으로도 2024년 연간 매출액인 452억 위안을 가볍게 돌파했다. 1분기 모회사 귀속 순이익은 333억 8000만 위안에 달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침체했던 2023년 양쯔메모리는 191억 8000만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일본 이와테현 기타카미에 있는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 공장.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중국 양쯔메모리에 간발의 차로 밀려 4위로 추락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메모리 시장이 회복되고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서버용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됐다. 양쯔메모리의 실적 개선은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용량·고성능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AI 서버에는 기존 서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 까닭이다.
IPO를 추진하는 배경도 이 같은 시장 변화와 맥이 닿아 있다. 메모리 시장이 다시 호황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분석가 마지화(馬繼華) 다루이(達叡)컨설팅 창업자도 AI에 따른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를 거론하면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쯔메모리는 이미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상태다. 우한에서는 세번째 생산공장(Fab)이 건설되고 있으며 이르면 연말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로 2개의 웨이퍼 팹도 건설할 계획이다. GT는 "모든 공장이 완전히 가동될 경우 양쯔메모리의 전체 생산능력이 현재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능력 확대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양쯔메모리의 존재감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중국 업체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할 경우 가격 경쟁을 포함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창신메모리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지난 7월27일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최대 666억 1000만 위안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확보한 자금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 자료: 외신종합
창신메모리의 상장은 중국 증시에서 ‘반도체 열풍’을 일으켰다. 상장 첫날 공모가인 8.66위안보다 465.8% 오른 49위안을 기록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이 단숨에 중국 본토 증시의 황제주에 등극한 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양대 메모리 분야에서 동시에 대규모 IPO를 추진하는 것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의미가 크다. D램은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과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등에 사용된다. 두 분야 모두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핵심 메모리 제품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반드시 자립해야 할 전략산업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및 기술 수출통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은 자체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첨단산업 발전 자체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과 민간 자본을 동시에 동원해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시설 확대와 R&D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양쯔메모리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다.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에도 중국산 반도체 장비 활용을 확대하며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독자기술을 개발해 외국산 첨단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제재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특히 양쯔메모리는 올해 2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14%를 기록했다. 2021년만 해도 4.8%에 불과했던 양쯔메모리C의 시장점유율이 불과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1분기 매출액 기준 점유율도 13%에 달한다. 양쯔메모리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에 힘입어 양쯔메모리는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현재 월 웨이퍼 20만장 수준이며 내년에는 월 30만장까지 생산능력이 확대된다. 양산능력뿐 아니라 기술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선 부분도 등장하고 있다. 엑스태킹이라고 불리는 3차원 반도체 기술 덕분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존 업체는 웨이퍼 위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아래에서 위로 쌓았지만 양쯔메모리는 다른 역할을 하는 2개의 웨이퍼를 위아래로 붙였다.
이를 통해 기존 업체들의 특허를 피해 독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초기에 엑스태킹 기술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높은 단수의 낸드플래시를 쌓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웨이퍼를 붙이는 방식의 강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양쯔메모리는 이 과정에서 국제 특허를 출원해 2025년부터 삼성전자도 엑스태킹 방식을 사용할 때는 양쯔메모리에 기술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양쯔메모리의 과제다. 미국의 제재와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고객 확보와 해외시장 확대에 일정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쯔메모리는 미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미 국방부의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라 있고 미 상무부의 수출제한 대상에도 올라 있다.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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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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