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항전장비에 완제기 더해도 체계종합 역량은 별개
KAI 경쟁력 강화, 지분 주인보다 독립성·장기투자가 관건
KF-21 ⓒKAI
‘한국판 록히드마틴’
한화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확대할 때마다 따라붙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과 한화시스템의 항전장비에 KAI의 전투기·헬기 역량까지 더하면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한화가 KAI를 품으면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잇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방산 사업의 빈칸도 사라져 그럴 듯한 말이 된다. 그런데 엔진과 완제기 역량을 모두 갖춘다고 정말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될 수 있을까.
세계 항공 산업은 오히려 전문 기업들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 꼽히는 GE에어로스페이스와 롤스로이스, 프랫앤드휘트니는 엔진을 핵심 사업으로 삼아 기술력을 키웠다. 개발에만 막대한 시간 비용이 드는 만큼 한 분야에 기술과 자금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들은 특정 완제기 업체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항공기 제작사에 엔진을 공급한다. 완제기 업체 역시 발주국의 요구와 기체 성능에 따라 가장 적합한 엔진과 레이더, 무장을 선택한다. 부품사와 완제기 업체가 각자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만드는 구조다.
록히드마틴 역시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여러 기업의 엔진과 센서, 무장,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완성하는 데 강점을 둔다. 계열사 수가 아니라 체계종합 능력이 록히드마틴을 만든 것이다.
한화가 KAI를 품은 그 뒤의 시나리오가 더 중요한 이유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은 이미 T-50·KF-21 등에 엔진과 부품, 항전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 업체가 고객사 경영에 참여하면 가격과 성능, 기술력만을 기준으로 장비를 고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체계종합 업체의 경쟁력은 여러 업체의 제품을 비교해 사업에 가장 적합한 조합을 만드는 데서 나온다. 한화 계열사의 제품이 우선 채택되기 시작하면 KAI의 구매 독립성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품·장비 업체의 사업 기회까지 흔들릴 수 있다. 노조의 우려가 시작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KAI가 맡아온 역할 역시 고려해야 한다. KF-21의 경우 체계 개발에만 10년 7개월이 걸렸다. 양산 매출이 나오기 전부터 시제기 제작과 시험·인증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지만, 항공기 개발 역량과 기술 자립을 위해 사업을 이어갔다.
반면 민간 기업은 이익과 주주가치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한화가 KAI를 품은 뒤에도 수익성이 낮거나 그룹 전략과 맞지 않는 사업을 오래 끌고 갈 수 있을까. 한화의 성장과 국가 항공 산업의 이해가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한다는 보장은 없다.
KAI의 현재 지배구조가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인 구조가 신속한 투자와 의사결정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지분을 특정 기업에 넘기는 것만으로 KAI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은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영 기업이지만 지난해 매출의 66%를 해외에서 거뒀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도 정부가 지분 30% 가량을 가진 최대주주로 남아 있으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한다. 누가 주인이냐보다 어떤 기술을 갖추고 얼마나 오래 투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한화가 KAI를 품으면 ‘엔진부터 완제기까지’라는 포트폴리오는 완성된다. 그러나 KAI의 독립적인 선택권과 긴 연구개발을 지키지 못한다면 한국판 록히드마틴은 완성되지 않는다. 커지는 것은 한화의 영토뿐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