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친환경서 AI홈 플랫폼 거쳐 피지컬 AI로 이동
49개국 1900개 기업 참가...휴머노이드도 전면 등장
삼성·LG는 AI홈 고도화, 中 업체는 로봇·스마트홈 확장
가전 경쟁 축, 제품 성능에서 생활공간 자동화로 전환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메세 베를린 전시관 외부 전경.ⓒ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TV와 백색가전 신제품을 보여주던 전시회는 초연결과 친환경, 인공지능(AI)홈 플랫폼을 거쳐 올해 로봇과 피지컬 AI의 무대로 확장된 모습이다.
올해로 102주년을 맞은 IFA는 4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미래는 지금'(The Future Is Now)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전세계 49개국, 19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가한다. 주최측에 따르면, IFA 2026은 총 약 22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차별점은 AI가 더 이상 화면 속 기능이나 가전 내부 알고리즘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집 안 공간을 이해하고, 에너지 사용을 조율하고, 로봇이 실제 생활공간에서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IFA의 서사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하게 이동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 첫 행사였던 2022년에는 초연결과 친환경이 중심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전은 서로 연결되고, 에너지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시됐다.
이어 2023년에는 한중일 가전 경쟁과 프리미엄 TV, 중국 업체들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TV와 대형 가전의 화질·성능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를 넘어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존재감을 넓히기 시작한 시점이다.
2024년은 AI가 가전업계의 전면에 등장한 해였다. 냉장고, 세탁기, TV 등 주요 제품에 AI 기능이 붙었고, 기업들은 사용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AI 가전을 경쟁적으로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AI홈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됐다. 개별 제품의 AI 기능을 넘어 집 안의 여러 기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전략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가전업체들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를 연결해 집 전체를 관리하는 AI홈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는 그 다음 단계다. AI홈이 단순히 연결된 집을 뜻했다면, IFA 2026에서는 AI가 실제 공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전면에 등장한다. 집안일을 줄이고, 생활공간을 자동으로 관리하며, 로봇 등이 사람의 물리적 작업을 대신하는 방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흐름 속에서 AI홈 고도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IFA 참가 이후 처음으로 메세 베를린 전시장이 아닌 베를린 도심에 별도 전시관을 마련했다. 기존 제품 전시 및 연결성 강조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집안일, 건강관리 등 일상 전반에서 AI가 사용자를 돕는 생활형 경험을 선보인다.
LG전자는 메세 베를린 전시관에 대규모 부스를 꾸리고 AI가전, AI홈 허브, AI홈 플랫폼을 아우르는 확장형 AI홈 생태계를 공개한다. 특히 이번에 LG전자가 앞세우는 것은 '씽큐 클로'다. 이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로, 사용자가 상황을 말해주면 AI가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서비스를 조율해 제공한다.
LG전자가 전면에 내세운 '제로 레이버 홈'도 올해 흐름을 상징한다. 가전이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 패턴과 공간 상황을 이해해 가사 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IFA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첫 IFA에 참가하는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모빌리티를 묶는 생태계를 앞세우고, 기존 TCL, 하이센스 등의 가전 업체 외에 로보락과 드리미, 에코백스 등 로봇청소기 업체들도 그 카테고리를 넓혀 참전한다.
로봇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관전 포인트다. 미래 혁신 기술 전시 공간 'IFA 넥스트'에선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 응용 기술이 전시장 전면에 배치된다. 약 300개 기업·연구기관이 참여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 응용 기술을 선보이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올해 IFA의 관전 포인트는 제품 스펙 경쟁보다 AI와 로봇이 생활공간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개별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집안일을 줄이고, 플랫폼이 공간을 관리하며, 로봇이 물리적 작업까지 맡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IFA 2026은 미래 가전 경쟁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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