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낮아…제도 실효성 의문
심사 기준 각사 재량…동일 조건서 결과 엇갈리는 문제 초래
심사 표준화·정교한 공시·수용률 우수사 인센티브 제공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저축은행 금리인하요구권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5개 저축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8% 이상 증가했지만, 평균 수용률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확인된다.
2금융업권인 카드사의 수용률이 70% 안팎인 점을 감안시, 저축은행의 수용률이 40%에 못미치는다는 점은 문제다.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적 권리로 자리 잡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제도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단순한 수치 하락이 아니다. 반복되는 거절은 차주의 신청 자체를 위축시킨다.
몇 차례 문을 두드렸다가 거절당한 차주는 다시 시도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권리는 있지만 아무도 행사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굳어진다.
특히 저축은행 이용자는 은행 문턱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서민 차주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1%p 안팎의 금리 인하는 월 몇만 원의 이자 절감이 아니라 연체 회피와 신용 유지의 마지노선이다.
그런데 정작 이자 부담이 가장 큰 계층이 이용하는 업권에서 수용률이 가장 낮게 나타나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의 훼손이다.
금융당국은 2022년 이후 비교공시를 도입하고, 거절 사유 통보를 의무화하며, 마이데이터 기반 자동 신청 시스템까지 추진해왔다하지만, 정작 심사 기준은 여전히 각 저축은행의 내부 재량에 맡겨져 있어 같은 조건에서도 어느 저축은행에 대출을 받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수용률이 0%인 곳과 60%를 넘는 곳이 공존하는 시장은 제도의 실효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금리인하요구권을 별도의 법률 조항으로 두는 대신, 시장 경쟁과 규제 의무를 결합해 사실상 같은 효과를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대출 진실법(TILA: Truch in Lending Act) 및 규정 Z(Regulation Z)에 근거한 신용카드 금리 재검토 의무다.
신용카드 발급사가 차주의 신용위험·시장 상황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한 경우, 이후 해당 요인이 개선되면 6개월마다 자동으로 금리를 재검토해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차주가 신청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먼저 검토할 의무를 지는 구조다.
금리인하요구권을 다시 살리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심사 기준의 표준화이다. 신용점수 상승 폭, 소득 증가율, 부채 감소 비율 등 정량 요건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인하를 적용하도록 최소 기준을 제시하고, 거절 시에는 구체적 사유와 재신청 조건을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종합 심사 결과’라는 한 줄로 거절되는 관행이 지속되는 한 수용률은 회복되기 어렵다.
둘째, 공시의 정교화다. 지금은 수용률과 평균 인하 폭만 공시되는데, 이것만으로는 각 금융사의 실질 이자 감면 효과를 비교하기 어렵다.
신청 대비 수용률, 수용 건당 실질 이자감면액, 재신청 후 최종 수용률까지 함께 공시해 소비자가 대출 실행 단계에서부터 저축은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독 당국의 정기 점검과 미수용 사유의 표본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
셋째, 인센티브 구조의 재설계다. 저축은행이 수용률을 높이면 자본규제나 예금보험료 산정에서 우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보호 성과를 인센티브와 연결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용률이 순수하게 각사 재량과 손익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금리인상기일수록 오히려 수용률이 낮아지는 역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단순한 소비자 편의 제도가 아니라, 금리인상기의 취약차주 보호와 금융 접근성을 동시에 다루는 안전장치다.
신청은 폭증하는데 수용률이 뒷걸음질치는 지금의 흐름은, 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는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저축은행처럼 서민·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업권에서 수용률이 낮게 유지된다면, 이는 이자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대출의 연체 등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해법은 도덕적 권고나 홍보 확대가 아니다. 심사 기준의 표준화, 정교한 공시, 인센티브 재설계라는 세 축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회사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제도가 아니라, 차주가 신용 개선을 통해 획득한 정당한 협상권이다.
이 권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금융시장 전체의 신뢰도 유지된다.
지금처럼 신청은 폭주하고 수용은 인색한 상태가 방치된다면, 남는 것은 통계상의 신청 건수뿐이고 차주가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그대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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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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