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쓴 이기주 작가, 후속작 ‘보편의 단어’ 사재기 혐의
출판유통심의위원회 기능 강화 및 내부 고발 포상금 등 필요성 언급
대중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며 사랑을 받은 스타 작가마저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의 늪에 빠졌다. 전국 서점을 돌며 책을 사들인 혐의를 받는 이기주 작가의 사재기 사태가 출판 시장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11일 MBC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기주 작가가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한 출판사 대표 A씨와 공모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이 작가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2024년 1월 출간된 이 작가의 산문집 ‘보편의 단어’는 170만부를 판매를 기록한 ‘언어의 온도’의 후속작으로, 그해 상반기 교보문고 판매량 1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이 같은 판매 순위에는 사재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주 작가 사재기 논란ⓒMBC 영상 캡처
이 작가는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과거 자신의 저서를 출간했던 출판사 대표에게 돈을 건네 전국 교보문고를 돌며 ‘보편의 단어’를 사들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사들인 책은 모두 1600여권으로, 이후 ‘보편의 단어’의 교보문고 분야별 베스트셀러 순위는 기존 3~4위권에서 2~3위권으로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서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온라인 무료 도서 증정 이벤트를 빙자해 도서를 무더기로 사들이거나 책을 대량으로 매입했다가 되파는 등의 편법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려야 독자들에게 책을 알릴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출판사들과 작가들이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이 작가와 A씨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홍보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주요 서점들도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을 변경하며 자구책을 마련해 오고 있다. 한 회원이 동일한 책을 여러 권 구매할 경우 순위 집계에는 1권만 반영하는 등의 장치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비회원의 오프라인 구매를 적발하는 장치는 미비한 것도 사실이다. 이 작가와 A씨의 사재기 혐의 역시 범행에 가담한 출판사 대표가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 자진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사재기를 근절할 수 없다면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기능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민간기구라는 한계로 인해 직접 조사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에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기능 강화와 함께 “처벌 수단이라든가 그다음에 적발하는 방법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강화가 돼야 하고, 무엇보다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내부자 고발에 대해서 상당한 정도의 포상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좋은 대안 중에 하나”라고 제언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휘둘리는 왜곡된 풍경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 순위권 밖의 책들은 독자들에게 존재를 알리는 것조차 힘든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독자 개개인의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고 다양한 책이 공존하는 건강한 출판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이번 사태가 출판계에 남긴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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