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데일리안 홍금표기자
흔히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고 한다. 열악하고 어려운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조국과 국민을 지킨다는 사명감과 명예심을 갖고 헌신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고 사기야 말로 군인을 군인답게 하는 근간이다. 사기가 떨어진 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는 건 동서고금의 전쟁사가 증명하고 있다.
최근 군의 최고 지휘관이라 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군 전력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야당 측에서 방위병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동안 장군 출신들이 장관을 했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파격적인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을 개조하려는 최고통수권자의 의지라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문제는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됐던 안 장관의 복무 이탈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안 장관이 방위병으로 입대하던 당시에는 의무복무 기간이 약 14개월이었는데 그는 이보다 8개월이나 긴 22개월을 근무했다. 당연히 의혹을 가질 만한 중대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탈영 의혹 등이 제기되자 안 후보자는 “병적 기록상에는 실제와 다르게 돼 있다”며 오히려 “병무행정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 김영수 센터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안 장관의 군무이탈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면서 탈영 의혹이 재점화됐다.
김 센터장은 “안규백 장관에 대한 탈영 의혹이 아닌 ‘탈영 사건’”이라며 안 장관이 방위병 복무 중 장기간 군무이탈 상태로 서울에서 대학에 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군무이탈이 확인돼 헌병대 소속 DP(Deserter Pursuit·군탈체포조)'에 의해 체포됐고 “구금(영창) 30일과 군무이탈 기간 약 7개월을 포함해 약 8개월을 추가 복무했다”고 밝혔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 센터장은 안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로부터 그의 병적자료에 관한 내용을 들었고 그동안 안 장관의 고향 지인들을 만나 증언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는 “탈영이 사실이 아니라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 무고죄 등으로 자신을 고소하라”고 까지 했다.
학교와 군 문제는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조국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문제로 전 국민이 분노했듯이 군 문제도 그렇다. 나는, 내 아들은, 내 남편은, 우리 아빠는 2년 넘게 병영 생활을 하며 복무했는데, 누구는 방위병 복무기간 중에 탈영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면 이를 눈 감아 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런 사람이 하필 국방장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인사청문회 당시 답변한 바와 같이 정상적으로 복무를 완료하였다”며 탈영 의혹은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방첩사에 안 장관의 탈영 의혹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나 "부대 해체 결정에 따라 보존 중인 기록물을 인수인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서 특정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찾을 인력이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장관의 병적 자료를 장관의 지시나 허락도 없이 제출할 수는 없을 테니 그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병적기록표를 확인하지 않는 한 안 장관의 탈영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 센터장 주장의 구체성, 안 장관과 국방부 측의 석연찮은 답변을 보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인 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안 장관이 탈영한 게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직을 수락했다면 염치없는 처사다. 민주당이 야당이라면 진즉에 탄핵 당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그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면 군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라 하겠다.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안 장관의 탈영 여부는 50만 군의 명예와 사기, 기강과 직결된 문제다. 지금처럼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국민적 분노를 키워 국정에 부담만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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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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