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8주룰', 반쪽 개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9.16 07:07  수정 2026.09.1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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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룰, 치료 연장 판단이 진료 병원서 자배원으로 넘어가

상병 우회·8주 내 과잉치료·심사 인프라 부족 '구멍' 여전

상병 확대·치료 내용 관리·심사 인프라 확충해 '반쪽 개혁' 개선해야

지난 10일부터 자동차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받으려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장기치료 필요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연합뉴스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에게 이른바 '8주룰'이 시행됐다.


상해 등급 12~14급의 염좌·타박상 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겨 치료를 이어가려면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은 추가 치료의 의학적 필요성을 7일 안에 심사한다.


기존 4주 진단서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치료 연장 판단 주체를 진료 병원이 아닌 제3자로 옮긴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제도 도입의 배경은 뚜렷하다. '8주룰' 시행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인과적으로 맞물려 있다.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의 근본 원인이 사고 건수나 차량 수리비가 아니라 경상 환자 장기 치료비 지출의 구조적 팽창에 있었기에 보험료 조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웠었다.


또 장기 치료 구간이 사실상 한방 중심의 고가·반복 시술로 채워지면서 '장기 치료 여부'를 규율하는 것이 곧 과잉진료 누수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 됐다.


더욱이, 기존 4주 진단서 제도는 치료 연장 판단을 진료 병원 스스로에게 맡긴 탓에 진료 확대가 곧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이해 상충 구조 아래에서 추가 진단서 반복 발급이라는 방식으로 손쉽게 우회돼 자율적 통제가 작동할 수 없었다.


따라서, 판단 주체를 제3자(자배원)로 옮기고 심사 시점을 8주로 재설정해 통제 장치를 다시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8주룰' 시행의 문제점이 노출된다.


첫째, 심사 대상을 12~14급 중에서도 염좌·타박상 일부 상병으로 한정한 탓에 뇌진탕, 추간판탈출증 같은 11급 상병으로 진단명을 바꿔 청구하는 우회가 우려된다.


둘째, 심사 대상이 되기 전에 치료를 몰아 받거나, 한방 중복 시술과 상급병실 이용, 소액 반복 청구 같은 형태로 비용이 이동할 수 있다.


셋째, 심사 물량과 인력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 자배원은 위촉 전문의에게 해당 심사를 맡겨 서류상 판단을 맡기는 구조이다. 물량과 심사 기간, 서류 중심 심사방식이 정합적인지 의문이 크다.


자동차보험 지급 구조가 성숙한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치료 필요성 자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와 '분쟁을 어떻게 값싸게 해결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해 왔다.


영국은 2021년 5월, 외상성 경추 손상 관련 보험 개혁(Whiplash Reform)을 단행했다.


잉글랜드·웨일스에서 발생한 도로교통사고에 대해 최대 2년까지 지속되는 손상을 3개월 단위로 구간화한 정액 배상표(Fixed Tariff)를 법정화했다.


예후는 반드시 의료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관련 사고에 따른 상해의 보험 청구에는 사전에 의학적 증거 제출을 의무화했고, 3년 단위로 정기 검토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8주룰'의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대상 상병 확대와 우회 방지이다.


12~14급의 특정 상병으로만 좁힌 심사 대상을 12~14급 전반으로 원칙화하고, 11급 인접 상병(뇌진탕·추간판탈출증 등)에는 별도 '진단명 전환 모니터링' 지표를 자배원 심사 시스템에 탑재해야 한다.


다음으로 '치료 내용'에 대한 병행 관리다. 8주 이내 구간에 한방 중복 시술, 상급병실 이용, 소액 반복 청구가 몰릴 개연성이 크다.


서비스별 수가 상한과 표준 프로토콜을 도입하고, 한방 진료비 비중이 60%를 넘긴 현실을 반영해 한·양방 중복 청구 심사, 시술 횟수·기간의 표준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심사 인프라의 실질적 확충이다. 심사관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반복·명백 사안은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우선 분류한 뒤 이견 사안에만 전문의 심의를 집중시키는 이원화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8주룰'의 방향성은 옳다. 진료 병원이 스스로 치료 필요성을 판정하는 구조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고, 4주 진단서 제도의 실패가 이를 이미 보여줬다.


다만 이번 제도는 '기간 심사'라는 한 축만 세운 반쪽 개혁이다. 상병 우회, 8주 이내 과잉치료, 심사 인프라의 병목, 서류 심사의 한계라는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해당 문제점 개선에 실패할 경우 손해율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고, 정부가 약속한 보험료 인하 폭 역시 3%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8주룰'이 반쪽 개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한 후속 입법·규정 정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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