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 원룸도 사치다…달라진 청년 주거 지도 [Now 2.3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09.16 08:11  수정 2026.09.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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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셰어하우스·코리빙으로 눈 돌리는 2030

주거비 절감 넘어 정서적 안정감·커뮤니티까지

소유보다 거주에 집중…‘내 집 마련’ 준비 단계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 “내 집 마련, 죽기 전에는 가능할까요. ”


직장 생활 4년차인 김 모씨(31)는 원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코리빙(Co-living·공유 주거) 하우스로 거처를 옮겼다. 독립 후 줄곧 혼자 살아왔지만 월세와 관리비, 식비를 합치면 매달 130만원이 훌쩍 넘는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월급 빼고 다 오른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며 “예전에는 독립하면 무조건 혼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월세 수준을 감안하면 무조건 넓은 집이나 완전한 독립 공간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가장 큰 고민, 바로 내 집 마련이다. 극심한 전세난과 치솟는 월세 속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한정됐던 청년들의 발길이 하숙집·셰어하우스·코리빙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때 가장 저렴한 집만 찾는 것이 아닌, 한정된 소득 안에서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주거 공간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숙집과 셰어하우스는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생활하며 거실·주방·화장실 등 일부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5개월째 취업 준비 중인 공 모씨(26)는 “취업 준비를 하면 하루 종일 혼자 있거나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하숙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입주자들과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내 방 하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정서적 안정감과 생활 편의성·커뮤니티까지 누릴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찾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무엇보다 원룸·오피스텔을 단독으로 임차하는 것보다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적다. 하숙집의 경우, 식사가 제공돼 식비까지 아낄 수 있다.


아파트 전세난의 여파로 인해 월세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 이러한 2030세대의 주거 변화를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종합플랫폼인 KB부동산이 집계한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7억1178만원이다. 직전 달인 7월에는 7억458만원을 기록했는데, 7억원을 돌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62만원으로 6월(159만2000원)보다 1.7% 올랐다. 월세 역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60만원을 넘었다.


공 씨는 “서울에서 원룸을 구하기에는 보증금에 월세까지 감당하기 쉽지 않아 하숙집을 선택했다”며 “식비와 관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취업 전까지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 청년을 위한 주거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2030세대의 ‘내 집 마련’은 여전히 그림의 떡인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의 개인 전용 공간. ⓒSK디앤디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거 형태는 ‘코리빙’이다.


코리빙은 침실 등 개인 공간은 따로 쓰되, 거실·주방·라운지·운동시설 등 널찍한 공간은 공유하는 임대주택 형태다. 단기 체류가 가능하고,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2030세대의 ‘교류 지향적 주거’ 니즈를 겨냥했다.


특히 전문 운영업체가 직접 관리하는 만큼 전세사기 위험이 낮고 시설 관리가 체계적이라는 점은 기존 원룸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500만원 수준으로 낮은 보증금과 1개월 단위로도 가능한 계약 기간도 매력적이다.


대구에서 올라온 박 모씨(29)는 “갑작스럽게 이직이 결정되면서 급하게 집을 구해야 했는데 월세보다 계약 절차가 간단하고 빠른 입주도 가능했다”며 “계약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이직이나 이사 계획을 세우는데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집과 회사만 오갔는데 코리빙 하우스에서는 쿠킹 클래스 참여를 통해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며 ‘커뮤니티 기능’에 만족감을 표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의 공용 공간. 왼쪽은 50명 규모의 그랜드 스테어를 품은 2층 높이의 ‘ep라운지(ep LOUNGE)’, 오른쪽은 테이블과 소파가 구비된 휴식 공간 ‘릴랙싱(RELAXING)’ 룸. ⓒSK디앤디

코리빙 하우스 ‘에피소드’를 운영하는 종합 부동산 기업 SK디앤디는 “공급자 관점에서 단순히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 또는 재화를 시장에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 관점에서 ‘더 나은 도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의 변화가 구조적인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높은 집값과 월세 부담,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맞물리면서 청년들의 주거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인 공간이 온전히 보장되면서도 공용 공간과 커뮤니티 서비스가 있는 공유형 주거를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집값이 크게 올라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소유보다 거주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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