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 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안보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주제는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과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또는 회복에 관한 사항이다. 전자에 관해서는 사관학교 졸업생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국민들이 충분히 알게 되어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후자는 더욱 중요한 사안임에도 국민들과의 충분한 논의없이 물밑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불안감이 크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의 정책토론회에서 전작권이 “아무리 늦어도 2~3년 내” 환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안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의 말이어서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 때 제기된 이래 20년 이상 주저해오고 있는 사안을 임기 1년 여 지난 현 정부가 2~3년 내 환수를 단정할 정도로 밀어붙이고 있다.
역대 정부가 이 사안에 관하여 주저해온 이유는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게 되면 행사할 권한이 없어지는 현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방위에 대한 미국의 책임의식, 특히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때 미국이 대신하여 보복하겠다는 ‘핵우산’ 약속의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이 낮아지면 북한이 오판해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 의해 지난 2014년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해 환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한다면서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의 3가지 조건에 합의했다. 지금까지 이 조건들의 충족에 노력해왔지만 아직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러한 조건의 충족보다는 정치적으로 신속한 추진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지난 5월 대통령에게 “내일 전작권을 회수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보고했고 6월에는 “한·미가 2020년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이미 충족하는 데 합의”했다는 비밀 내용까지 공개한 바 있다.
당연히 한·미 양국에서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현 정부와 미국 간에 이견이 있다는 점에 언론보도가 없지 않았고 제이비어 브런슨 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의회 증언에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필자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였지만 국내 보수층은 성급한 추진으로 북핵 억제태세에 균열이 발생할까 걱정하고 있다.
안 장관이 언급한 ‘조건들의 94% 충족’에 대해서 필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조건, 즉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지만 두 번째 조건인 한국군의 북핵 대응은 핵무기가 없는 한국군이 무엇으로 어떻게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인가.
또 북한은 연일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적대국이라면서 일체의 남북관계를 중단한 상태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한반도 및 주변 안보환경이 “안정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인가.
필자 이외에도 이러한 의문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현 정부에 위 세가지 조건을 평가 기준과 결과의 개요를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 이 요청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현 정부는 이전 정부들이 채택했던 합리적 접근을 포기한 채 “정치적 편의주의”로 이 사안을 졸속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필자는 위 세가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전문성을 가진 제 3자들에게 위탁해 객관성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 현재는 한·미 양국군이 스스로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신뢰하기가 어렵다.
이런 점에서 과거 한미연합사령관 또는 부사령관, 한미동맹 주요 직위자, 일부 전문가들로 평가팀을 구성해 현역들이 평가한 결과를 점검하는 과정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과정은 6개월 정도만에 완료할 수 있고 비용도 크지 않다. 북핵으로부터의 안전 여부를 결정할 전작권 환수와 같은 중요한 일에 이 과정을 추가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가 안보는 시험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것이 잘못되었을 경우, 책임자가 책임질 수도 없다. 전쟁에 패배해 잃어버린 국토와 국권, 사망한 국민은 누구도 원상회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대통령 공약이라면서 속도전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필자가 제안한 바처럼 조건의 충족 여부를 더욱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수긍하는 가운데 전작권 환수 문제를 처리해주기를 바란다. 전작권 환수는 하나의 방법일 뿐 튼튼한 안보가 목표이지 않겠는가.
글/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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