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나라에서 스타는 태어나지 않는다-할리우드였다면 카리스마, 한국에서는 논란 [김희선의 글로벌 K컬처 이야기㉕]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7.24 14:03  수정 2026.07.24 14:03

리액션 영상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꼭 해외 리액션 영상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케이팝 무대를 처음 접하는 해외 팬들의 반응을 보다 보면 흥미로운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돌이 정해진 안무를 벗어나거나, 안무를 틀리거나, 멋쩍어하는 순간. 바로 그때 환호가 더 커집니다. 통제되지 않는 영역, 실수와 당황함과 날 것의 장면에서 더 열렬히 반응합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그 기계 안에서 불쑥 얼굴을 내미는 인간입니다. 예측 가능한 것은 안심을 주지만, 예측 불가능한 것이 기억을 만듭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 ⓒ빅히트뮤직

물론 한국 출신 셀럽들의 예의바름이 해외에서 호감을 얻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손흥민의 인터뷰 태도 하나가 바이럴될 정도이니까요. 예의바름은 한국 스타들에게 더해지는 매력의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예의바름이 케이팝을 처음 클릭하게 만든 이유였을까요. 그리고 팬이 스타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것과, 한국 대중이 아이돌에게 일상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과연 같은 것인지, 그 질문이 자꾸 맴돕니다.


그 생각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정국이 떠오릅니다. 무대 장악력, 다재다능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날 것의 에너지. 욱하고, 하고 싶은 건 꼭 하고, 눈치를 별로 보지 않는 성격. 그것 때문에 논란이 생기고, 바로 그것 때문에 더 깊이 사랑받기도 합니다. 저는 그가 실력으로도 존재감으로도 충분히 브루노 마스급의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계속 성장 중입니다. 만약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재능이 아닐 것입니다. 그의 라이브 방송에는 어김없이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성격 좀 죽여라", "너도 오래 못 가겠다." 한 아티스트의 남다른 존재감을 향한 주문치고는 너무 익숙한 문장들입니다. 이 댓글들이 겨냥하는 것은 그의 실력이 아닙니다. 그가 '아이돌답지 않다'는 것, 틀 밖으로 나온 인간을 다시 틀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 힘. 할리우드였다면 카리스마라 불렸을 것이 한국에서는 논란이 됩니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왼쪽), 안유진 ⓒ스타쉽

최근 아이돌 태도논란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장원영은 공항 여권 심사에서 팔짱을 꼈다는 이유로 뉴스가 됐고, 안유진은 합법적인 청약에 당첨됐다는 것이 논란이 됐으며, 코르티스는 콘서트 직후 라이브 방송에서 "서운하다"고 말했다가 또 도마에 올랐습니다. 누군가를 해치거나, 무대에서 본분을 저버린 것이 아닙니다. 팔짱을 끼고, 부동산에 당첨되고, 감정을 드러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논란'이 됩니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스타가 팔짱을 꼈다는 이유로 기사가 나고, 부자가 됐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속상하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또 비난받는다면, 그 나라의 대중이 스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명해집니다. 태도논란은 한국 바깥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이것은 케이팝의 문화가 아니라, 케이팝을 바라보는 한국 대중의 방식입니다.


스타와 아이돌은 처음부터 다른 존재입니다. 아이돌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정해진 포맷, 일관된 이미지, 팬의 기대에 맞게 관리됩니다. 스타는 다릅니다. 시스템을 넘어서는 개인이고, 무대 밖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예측 불가능한 인간적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습니다. 해외 팬들이 아이돌의 깍듯한 인사에 감동한다면, 그것은 발견의 감동이지 요구와 감시의 결과가 아닙니다. 한국 대중은 스타를 원한다고 하면서, 스타의 본질인 통제 불가능함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바르고, 예측되고, 사고 치지 않는 사람. 그것은 좋은 아이돌의 조건이지 세계가 기억하는 스타의 조건이 아닙니다. 케이팝 산업이 만들어온 건 탁월한 퍼포머입니다. 하지만 퍼포머와 스타는 다른 존재입니다.


우리가 스타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에는 내 예상과 통제를 벗어나는 불안정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 리스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감입니다. 팔짱 하나가 논란이 되고, 감정 하나가 비판받는 환경에서 진짜 스타는 자라기 어렵습니다. 인형은 많아지고 무대는 화려해지겠지만, 그 안에서 세계가 오래 기억할 이름이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면, 아이돌에게도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줘야 합니다. 태도논란 뒤에는 늘 같은 메시지가 남습니다. 아이돌답게, 예의바르게, 인형처럼. 그 요구가 계속되는 한, 케이팝이 진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길은 조금씩 더 좁아질 것입니다. 케이팝은 이미 충분히 대단합니다. 다음이 더 대단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형이 아닌 인간이 서는 무대를 함께 기대해 봅니다.



김희선 Team8 Partner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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