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마켓의 명암’…거래소 경쟁에 투자자는 뒷전 [기자수첩-증권]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09.21 07:00  수정 2026.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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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등장에 거래시간 확대 ‘속도’

투자자 편의성 기대했으나…유동성 부족·시스템 한계

애프터마켓 성패는 거래 품질…경쟁에만 몰두해선 안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거래 편의를 높이겠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애프터마켓이 개장 일주일을 맞았다.


일주일 만에 드러난 것은 편의성 확대가 아닌 유동성 부족과 시스템 한계였다.


이달 14일부터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마감 이후인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이 본격 가동됐다.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을 변경한 것은 2016년 8월 정규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늘린 이후 10년 만이다.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경쟁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단계적으로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첫 발판인 애프터마켓을 통해서는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편의성 확대, 이에 따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기대와 달리 투자자들은 “주식창 보느라 잠잘 시간도 없다”, “수급 얇은 국장에서 애프터마켓은 말이 안된다” 등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우선 정규장에서 제출한 주문의 효력이 정규장 종료와 함께 소멸되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의 주문이 하나의 호가판에서 연속적으로 처리되는 ‘원보드(One Board)’ 체계가 아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애프터마켓이 열리면 정규장 미체결 주문에 대한 매매 주문을 다시 넣어야 한다.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편의성 확대를 기대했으나, 이를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을 적용한 아이러니다.


높은 변동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 개장 첫날(14일) 정적·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횟수는 1637회로, 정규장(400회)의 약 4배에 달했다.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 정규장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 탓인데, 거래 참여자가 적고 호가 잔량이 얇아 소규모 주문에도 주가가 크게 들썩였다.


일부 중소형주는 애프터마켓에서만 20% 이상 출렁였다.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의 유동성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무엇보다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의 이면에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이 자리한다.


지난해 3월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과거 70년 동안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는 막을 내렸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확대를 빠르게 추진했고, 애프터마켓이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경쟁은 투자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독점 체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서비스 혁신이 시장 경쟁을 계기로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보다 완성도다.


투자자 편의를 앞세웠지만 정규장과 애프터마켓 간 주문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낮은 유동성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기본적인 시장 환경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단순히 거래시간만 늘리는 것으로 투자자 편익이 커지지 않는다.


한국거래소가 기대하는 24시간 거래체계는 투자자가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거래소 간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서비스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자가 실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애프터마켓의 성패는 거래시간이 아닌 거래 품질에 달린 셈이다.


투자자 편의 확대라는 출발점을 잊지 않을 때 한국거래소가 내세운 시장 혁신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 보호와 안정성 제고라는 제 역할을 수행할 때 자본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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