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홍해 연안의 작은 마을 다합(Dahab). 시나이 반도 끝자락에 걸쳐 있는 이 조용한 해변 마을은 2018년만 해도 한국인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처음 그곳에 발을 디뎠을 때, 이미 다합에는 한국인들이 있었습니다. 세계일주를 하던 장기여행자들이 배낭을 내려놓고 여독을 풀며 머물다 가던 곳. 그들은 현지 식당을 채우고, 숙소를 채우고, 다합이라는 마을 경제의 작은 씨앗이 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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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에 대한 평판은 뚜렷했습니다. 성실하고 깔끔하고, 쓸 돈은 아낌없이 쓰되 소란스럽지 않다는 것. 다이빙 강사들, 숙소 주인들, 골목 식당 주인들이 한국인을 반겼습니다. 그들은 다음에 또 오고, 지인을 데려오고, SNS에 올렸습니다.
그 이후로 유튜버들이 다합에 거주하며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인플루언서들이 '다합살이'를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다합은 지금 한국인들 사이에서 모르면 서운한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떠난 이후 다합에 'KFC(Korean Fried Chicken)'라는 매장이 생겼다고 합니다. 다합에서 K는 코리아의 K입니다. 한국식 치킨을 파는 이 가게의 존재는, 어떤 통계보다 분명하게 한 가지 사실을 말해줍니다. 한국인이 머문 자리에는 한국의 영향이 남는다는 것을.
지난주 오랜만에 푸켓을 다녀왔습니다. 유명 비치도 번화한 상점가도 아닌, 구글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소골목과 로컬들만 드나드는 숨은 카페를 찾았습니다. 그런 곳에도 어김없이 한국인 한두 명이 있었습니다. 순간 다합의 기억이 겹쳐졌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이 뒤따라왔습니다. 세계 구석구석에 퍼진 우리를, 현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25년, 한국인 해외관광객 수는 2,955만 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올해는 사상 첫 3,000만 명 돌파가 예측됩니다. 인구 5,200만 명 나라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숫자가 매년 국경을 넘습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특별한 이벤트였습니다. 지금은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이동이 되었습니다. 2025년 기준 개별여행 비율은 65%로 역대 최고치이고, 맛집 때문에 여행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41%에 달합니다. 항공권은 특가를 노리되 숙소와 체험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어디에 쓸지를 정확히 아는 여행자. 이것이 세계 관광업계가 주목하는 K-여행객의 프로필입니다.
그들은 왜 한국인을 원하는가. 이 질문의 답을 저는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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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저희 팀은 마드리드 관광청의 아시아 마케팅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수천만 유로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서 아시아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은 한국 시장에 배정되었습니다. 한국 셀럽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앰버서더로 나서 소셜미디어에서 2억 뷰 이상을 기록했고, 캠페인 기간 마드리드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76% 증가했습니다. ROI는 600%를 넘었습니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 한국인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아시아 전역을 움직인다는 것. 그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 진행한 태국 리조트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한국인 여행자가 만족하면 SNS에 올리고, 알고리즘을 타고 번지며 글로벌 팔로워에게 증폭됩니다. 한국인이 선택한 장소는 그 자체로 트렌드의 증거가 됩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는 몰타 관광청, 유럽의 여러 미술관, 이탈리아 소도시 지방정부 등에 연달아 같은 제안을 건넸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면, 세계가 움직인다. 그것은 저희의 주장이 아니라 세계 관광업계가 데이터로 증명해가고 있는 공식이었습니다.
관광업계가 한국인 여행자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소비의 정확성, 콘텐츠의 파급력, 그리고 트렌드 선도력. 어디에 쓸지를 아는 여행자는 목적지에 가장 이상적인 방문객입니다. 찍고 편집하고 올리는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은 어떤 공식 홍보보다 빠르고 신뢰를 얻으며, 한국인이 발견한 장소가 '힙플'이 된다는 공식은 동남아 관광업계에서 이미 통용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는다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적 기질이 쌓아온 집단적 인상입니다. 한국인은 소란스럽지 않은 여행자로 인식되고, 그 기질이 현지 관광업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올해 초, 태국 관광청은 태국 출신 K팝 스타를 공식 앰버서더로 기용해 새 캠페인을 론칭했습니다. 세계의 관광청들이 한국어 안내판을 세우고, 한국인 모델을 기용하고, 한국 시장을 위한 별도 전략을 짜는 것. 한국인 여행자는 방문객이기 이전에, 콘텐츠를 만들고 시장을 움직이는 문화적 동력이라는 공통된 판단에서 비롯됩니다.
다합 골목의 KFC가, 마드리드 캠페인의 성과표가, 코사무이 리조트의 전략 방향이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한국인 여행자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정교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짐을 꾸리는 순간, 어딘가에서는 이미 그 도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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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Team8 Partners 대표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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