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 절반 이하… 마곡 청년주택·독산 기숙사로 몰리는 청년들
허술한 보안과 통금·조리 제한…“불편해도 가격·입지 때문에 감수”
운영 기관 파산 등 한계 속에도 높아지는 경쟁률… 현실적 대안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예전에 살던 집보다 월세가 저렴한데 내부 상태와 옵션은 훨씬 좋아요. 이 가격에 마곡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서울 마곡나루역 앞 청년주택 ‘마을과집 마곡’. 긴 복도를 지나 들어선 방에는 침대와 책상뿐 아니라 세탁기와 인덕션까지 갖춰져 있었다. 6평 남짓한 원룸에서 잠을 자고, 빨래하고, 밥을 해 먹을 수 있었다. 이곳에 사는 A씨는 오래된 빌라에서 이사 오면서 오히려 월세 부담을 덜었다.
A씨의 말은 인근 중개업소의 매물과 비교하면 실감이 났다. 유리창에 붙은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 6.72평과 마곡나루역 캐슬파크 7.01평의 임대 조건은 모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이었다. 반면 비슷한 크기인 마곡 청년주택은 2024년 최초 공급 당시 보증금 826만~854만원에 월세 25만~26만원으로, 관리비를 제외한 월세만 60만원 넘게 차이가 났다.
청년주택 ‘마을과집 마곡’ 전경. 도보 1분 거리에 마곡나루역과 편의시설이 있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저렴한 방을 찾아 역에서 멀리 벗어날 필요도 없었다. 건물에서 도보 1분 거리인 마곡나루역에서는 9호선과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 있었다. 주변에는 LG아트센터 서울과 코엑스 마곡, 서울식물원이 자리했다.
입주 방식은 일반 오피스텔과 달랐다. 소득·자산 심사보다 더 중요한 점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공동체 경험과 참여 계획 등을 평가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자격을 유지하면 2년마다 재계약해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다.
지하로 내려가자 방 밖에서도 공부하는 청년들이 보였다. 넓은 커뮤니티룸을 독서실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다만 이 공간은 입주민들만 드나드는 주거층 안에 있지 않았다. 같은 지하 1층에 PC방 등 상가가 있었고 상가 이용객과 입주민의 동선도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공동현관은 공용 비밀번호로 열렸으며 엘리베이터에도 주거층 접근을 제한하는 장치가 없었다.
청년주택 지하에 위치한 커뮤니티 룸(왼쪽)과 취약한 보안에 우려를 표하는 입주민들의 대화 내용.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이 출입구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입주민 오픈채팅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새벽에 술에 취한 사람이 함께 들어왔다며 조심하라는 글, 특정 층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밤에 방재실로 연락했지만 당장 대응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경험도 공유됐다.
중앙 방재실은 24시간 폐쇄회로TV(CCTV)와 소방·시설 안전을 담당하지만 별도의 오피스텔동에 있다. 청년주택동에 직접 상주하며 생활 민원에 대응하는 야간 직원은 없다.
생활관리를 맡은 마을과집 측은 비밀번호 노출은 일반 오피스텔에서도 발생한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번호를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야간 인력을 추가하면 입주민이 부담하는 관리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청년주택 호실 내부. ⓒ녹색친구들
이런 미온한 대처의 이유는 마을과집이 정식 운영기관이 선정될 때까지 임시로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기존 운영기관인 녹색친구들이 경영난으로 관리비를 제때 정산하지 못해 지난 2월 단전·단수 예고를 받았고 이후 일부 주택 운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실제 공급 중단은 피했지만 당시 입주민들은 채팅방에서 언론사 제보와 대책회의를 논의해야 했다.
그러나 입주민 채팅방에서는 생활 관리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재계약하겠다는 대화도 이어졌다. 불편은 있지만 같은 가격에 이 정도 입지와 내부 상태를 갖춘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저렴한 가격에 들어온 만큼 그 정도는 감수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운영기관 재무심사를 강화하고 임차보증금을 LH에 전액 귀속해 운영기관의 경영 악화나 파산 시 직접 반환하는 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기숙사형 청년주택 전경.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금천구 독산동 기숙사형 청년주택에서는 현관부터 입주민과 외부인의 출입을 구분했다. 지하철 1호선 독산역에서 주택가 골목을 지나 도착한 건물의 문은 등록된 카드가 있어야 열렸다.
승강기 앞에서도 다시 이동 경로가 갈렸다. 여성과 남성의 거주층뿐 아니라 이용하는 승강기도 달랐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이곳에는 야간 보안 인력도 상주하기에 외부인은 행정실의 허가 없이 들어올 수 없다.
독산동 기숙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방이 모두 1인실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침대와 책상, 옷장에 냉장고와 세탁기까지 들어가 있었다. 욕실도 방마다 따로 있었다. 기숙사에 살면서도 잠자리와 씻는 공간을 다른 학생과 나누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
기숙사 내부.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혼자 쓰는 이 방의 기숙사비는 올해 2학기 기준 월 36만 5000원이다. 관리비와 인터넷 사용료를 더한 고정 부담은 수도광열비를 제외하고 월 41만 4330원이다. 기숙사 관계자는 "비슷한 상태의 인근 원룸 월세가 80만~9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은 일반 자취방과 달랐다. 방 안에는 냉장고가 있지만 인덕션이나 버너를 이용한 일반 조리는 할 수 없다. 대신 각 층 휴게실에 전자레인지와 정수기가 마련돼 있었다. 방에서 음식을 보관하고 데워 먹을 때는 휴게실을 이용하는 식이다.
출입 관리 역시 입주민에게 편의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새벽 1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출입이 제한된다. 혼자 쓰는 방이어도 방문객을 자유롭게 들이거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귀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생활을 확보하는 대신 공동생활을 위한 기숙사 규칙을 따라야 했다.
기숙사 인근 상권 풍경.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건물 밖으로는 빌라와 소규모 상가가 이어졌다. 대형 문화시설이 가까운 마곡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도보권에서 독산역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학교 안에 있는 기숙사는 아닌 만큼 통학 거리도 선택의 조건이 된다.
그런 조건에도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은 꾸준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대학생 B씨에게는 학교 기숙사보다 나은 선택이었다. 그는 “학교 기숙사에는 1인실이 없고 다인실 비용도 이곳보다 비쌌다”며 “혼자 지낼 수 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 재학생과 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저소득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 여부, 부모 거주지까지의 거리, 성적 등을 평가해 선발함에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4~5대 1이던 경쟁률은 올해 1학기 입주 당시 7대 1까지 올랐다. 기존 입주자 상당수가 연장 거주를 택하는 상황이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하지만 자격을 유지하면 졸업 전까지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두 형태의 청년주택은 정보를 찾아 입주 조건을 살핀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됐다. 입주 문턱과 생활의 제약, 관리상의 불편은 있었지만, 주거비 부담을 낮추면서 혼자 쓸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다양한 주거 모델로 눈을 돌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내 방’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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