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매도인’ 대통령이 알려준 대출 규제 피해 집 사는 법 [기자수첩-금융]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7.27 07:07  수정 2026.07.27 07:07

촘촘해진 규제망 속 우회 조달 창구 찾기 활발

“집주인 대출 찬스”…대통령 사례로 관련 매물 잇따라

꼼수 거래 구조 고착화…일률적 규제 한계 명확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 분당 아파트가 매도인 금융 방식으로 거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조건을 내건 매물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뉴시스

“매도인 대출 찬스 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해 온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매도인 금융’ 방식으로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조건을 내건 매물이 줄을 잇는다.


이마저도 ‘찬스’라고 말한다. 돈 많은 매도인을 만나는 건 이제 ‘행운’이자,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읽힌단 의미겠다.


최근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건 바로 이 대통령이 택한 매도인 금융이다.


집을 파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다.


매도인은 조건에 따라 이자 수익을 챙기고, 매수인은 금융권 대출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선 모두가 ‘윈윈’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매수인으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반년 넘게 들고 있던 주택을 처분하며 드디어 ‘무주택자’ 타이틀을 쥐게 됐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설정한 근저당권 규모다. 채권최고액만 17억7000만원에 달하는 근저당을 매수인 명의 주택에 설정하면서도 이자를 한 푼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통 큰 배려’이자 미담처럼 포장했지만, 세무업계에서는 정반대 시각이 나온다.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조건, 혹은 무이자로 거액을 빌려주는 행위 자체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가 아니더라도 무이자 대여로 인한 이익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증여로 간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자를 받지 않는 착한 매도인’ 이미지 뒤에는 세법상 회색지대를 파고든 절묘한 거래 설계가 숨어 있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통령이라는 신분이 아니었다면 진작 과세당국의 들여다볼 대상이 됐을 것이란 뼈 있는 말도 나온다.


이처럼 매도인 금융은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앞뒤 꽉 막힌 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가능케 하는 효과적인 거래 방법으로 떠올랐다.


매도인 금융에 이어 사내대출도 대표적인 우회 방안으로 부상했다.


은행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무주택자의 튼튼한 자금줄이 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SGI서울보증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민간기업이 내준 사내대출에 서울보증이 보증을 선 규모는 8912억원 수준이다.


1년 전보다 27.8%나 증가했다. 이 중 주택 자금 이용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10명 중 7명 이상으로 조사됐다.


사내대출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선 “그나마 비빌 언덕이라도 있으니 좋겠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온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선의의 실수요자를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정직한 거래보다 촘촘한 규제망을 피할 수 있는 편법과 변칙을 고민하게 만든다.


돈 있는 자와 없는 자, 편법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한다. 없는 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대출 수요는 그대로인데 금융 창구를 모조리 막아버린 탓에 시장은 점점 더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듯하다.


획일적인 숫자 맞추기식 규제에 집값 안정은커녕 사금융 형태의 거래 꼼수만 무한 증식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금융 수요자들이 번거롭고 복잡한 우회로를 찾을 이유가 있을까.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같은 편법 거래가 고착화된다는 건 역설적으로 현행 대출 규제의 실효성이 상실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옥상옥 규제가 초래한 현실이 어떤지 직시해야 한다.


양지의 정상적인 금융 창구를 막으면 막을수록, 자금 수요는 사금융과 편법이라는 음지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규제를 거듭하더라도 시장 수요자들은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