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과시적 소비의 대명사였던 '카푸어(Car Poor)'가 대한민국 도로 위에서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 주말 골프장을 가득 채우던 2030 MZ세대 골퍼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뜸해졌다.
단순히 레저 트렌드가 변했기 때문일까? 본질은 훨씬 더 냉혹하다. 자동차라는 '네 바퀴'를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교외의 골프장은 더 이상 도달할 수 없는 섬이 되었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SNS는 무리한 할부로 구입한 수입차 운전대와 필드 위 화려한 골프웨어를 인증하는 청년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최근 경제 지표는 과시 소비의 종말을 선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연령별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차 시장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2.1%에서 최근 5.6%까지 수직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소득 정체, 그리고 평균 5,000만 원을 상회하는 신차 가격 부담 앞에 청년들이 자동차 '소유'를 가장 먼저 포기한 결과다.
이처럼 MZ세대의 차량 구입 기피 현상은 고스란히 골프 산업의 직격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골프백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외곽 골프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자동차 구매를 포기하는 일이 필드 골프 진입 장벽을 몇 배나 높이는 강력한 차단벽이 된 셈이다. 이러한 위기 의식 속에서 최근 일본 시즈오카현 골프장협회와의 ‘한·일 골프산업 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한국 골프 산업의 미래를 미리 보는 거울과도 같았다. 현장에서 마주한 일본 골프계의 목소리는 우리보다 훨씬 절박해 보였다.
일본 젊은 층이 자동차를 기피하는 '쿠루마바나레(車離れ)' 현상은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현지 골프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됐다. 간담회에서 만난 현지 관계자들은 "높은 차량 유지비와 일본 특유의 살인적인 통행료, 샤켄(차량 검사비) 부담으로 젊은이들이 면허조차 따지 않다 보니, 교외 골프장으로의 유입 자체가 완전히 끊겼다"며 깊은 우려를 내놓았다.
실제로 일본의 만 20세 성인 운전면허 보유율은 최근 53.5%까지 떨어졌다. 젊은이 두 명 중 한 명은 운전대를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동 수단의 부재는 일본 골프 산업을 기형적인 초고령 구조로 변화시켰다.
1990년대 버블기 1,200만 명에 달하던 일본 골프 인구는 현재 600만 명 선으로 반토막 났으며, 특히 20대 청년층 인구는 55% 이상 급감했다.
현재 일본 골프장을 지탱하는 이들은 6070 시니어 세대뿐이다. 일본 측 관계자들은 이들이 75세를 넘기며 건강 악화와 운전면허 반납으로 필드를 떠나는 이른바 '75세 절벽'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뒤를 받쳐줄 청년 세대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현상이 골프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골프의 현실도 이 시즈오카에서 들은 경고음과 정확히 같은 궤적을 밟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 등 라운드 비용이 상승한 상태에서 모빌리티 수단마저 없는 MZ골퍼들은 빠르게 필드를 이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니어미 골프'와 같은 도심-골프장 간 밴 공유 셔틀이나 국내의 프리미엄 밴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당 왕복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요금 구조는 주머니가 가벼운 Z세대의 대중적인 돌파구가 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기술이 존재해도 비용의 문턱을 낮추지 못하면 차 없는 세대를 구제할 수 없다.
위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골프장 관련 IT 플랫폼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카풀의 한계였던 주거지 노출 부담이나 운전자의 동선 낭비를 없애는 '거점형 골프 카풀 네트워크'가 가장 정교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 연계가 뛰어나고 대형 공영주차장이 갖춰진 서울 외곽 거점을 동선별 매칭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용인·안성 권역은 양재시민의숲역이나 판교역, 여주·이천 권역은 잠실역이나 복정역, 포천·가평 권역은 동서울터미널이나 상봉역을 집결지로 삼는 식이다. 차가 없는 골퍼는 지하철로 편하게 이동하고, 복잡한 시내 운전을 피하고 싶은 운전자는 물론 자신의 차량을 공영주차장에 세워두고 한 차로 이동하려는 자차 보유자들까지 합리적으로 공유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IT 플랫폼 관계자는 이 모델이 실현되려면 대형 부킹 플랫폼들이 파편화된 데이터 담장을 허물고 상호 공유하는 라이드 셰어링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퍼가 티타임을 예약하는 순간 어느 플랫폼에서든 동선이 겹치는 인근 골퍼들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띄워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나아가 이 이동 네트워크가 안착되면 차량 이동과 부킹이 한 번에 해결되는 '플랫폼 조인 예약' 서비스까지 대폭 활성화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열릴 수 있다. 물론 카풀을 제공하는 차량 소유주에게는 유류비 보전을 넘어 카트비 할인이나 식음료 쿠폰 등 확실한 혜택이 돌아가야 참여율이 담보된다는 현장의 의견도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플랫폼 기업의 대표는 이 시스템의 현실적인 안착을 위해 자본과 개발 구조의 상생 모델을 강조했다. 그는 "초기 시스템 개발 비용과 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투자를 플랫폼 개발사나 골프장 단독으로 부담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며, "관계자인 주요 골프장들과 IT 플랫폼 개발사들이 공동 출자 형태로 초기 투자 비용을 함께 분담할 때, 비로소 빠르고 강력한 시장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한국 골프장 산업의 생존은 청년들에게 차가 없어도 언제든 손쉽게 찾아올 수 있는 모빌리티 환경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시즈오카에서 목도한 일본 골프 산업의 침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차를 사지 않는 청년들이 필드를 완전히 외면하고 그 이탈이 고착화되기 전에, IT업계와 골프업계가 협력하여 이동의 문턱부터 낮춰주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차가 없는 청년들에게 골프장으로 향하는 문턱을 낮춰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멈춰 서 있는 한국 골프 산업의 엔진을 다시 뛰게 만들 가장 확실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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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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