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가 신뢰 구축해야 한국 축구의 미래 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7.06 07:00  수정 2026.07.06 07:00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꾸린 ‘K-축구 혁신위원회’가 오늘(6일) 공식 출범한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혁신을 주도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지금은 협회가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진종오 의원은 “밀실 행정과 조직적 은폐 의혹, 대한축구협회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성역 없이 밝혀져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협회가 혁신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돼버린 상황에서 어떤 대책을 내놔도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의 ‘밀실’ 꼼수로 인식될 분위기이기 때문에 외부 혁신위원회의 등장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번 혁신위원회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박지성 위원장은 지난 2024년 홍명보 전 감독 선임 당시에 감독 선임 과정의 진실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슬프고 참담하다”고 했었다. 당시 정몽규 협회장에 대해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했고 홍 전 감독에 대해선 “걱정이 된다”며 결단을 촉구했었다.


박주호 위원은 당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파문의 주인공이 됐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발언의 진위를 떠나 비밀유지협약을 위반한 박주호를 상대로 법적 조처까지 고려한다"고 맞섰다. 인맥으로 엮인 축구계에서 이렇게 협회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월드컵 32강 탈락 후 박 위원은 “어쩌면 우리는 몇 년 전에 이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영표 위원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다”라고 홍명보호를 질타한 후 홍명보 감독과 3년 가량 연락이 끊겼었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홍명보호를 행해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 축구협회와의 불화설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렇게 축구협회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인물들이 혁신위원회에 포진한다고 하자 대중은 일단 기대하는 분위기다. 위원회 활동 한번으로 축구협회가 정말 혁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평소에 축구협회의 일 처리를 비판했다고 해서 유능한 혁신 행정가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와 가까운 인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대중이 기대감을 보일 만큼 축구협회의 신뢰가 완전히 붕괴한 상황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 같은 월드클래스 스타를 비롯해 유럽파가 즐비한 황금세대 대표팀이었다. 같은 조의 상대들은 비교적 약체였고 우리는 이동거리까지 짧았다. 한국팀의 32강 진출은 너무나 당연해보였고 심지어 조 1위에 최종 8강이라는 기대까지 나왔었다.


세계적인 스포츠지인 디애슬레틱은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94%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단 6%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는데 게다가 우리가 속한 조의 최약체라는 남아공한테 지기까지 했다. 황금세대인 우리 선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기력해보였다. 너무나 믿기 힘든 경기력에 해외에선 한국팀이 일부러 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러니 홍 전 감독에 대한 공분이 터져 나왔는데 그게 축구협회에 대한 분노로 발전한 것은 홍 전 감독 선임과정부터 의혹이 많았고 축구팬들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무시로 일관해왔다. 이번 월드컵의 결과 이전에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 문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벤투 감독이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해야 할 최종 면접을 정몽규 회장이 직접 진행하며 감독을 낙점했다고 알려졌다. 이때부터 공분이 터졌었는데 홍 전 감독 선임으로 더 사태가 심화됐다.


당시 제시 마치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매우 큰 열의를 보였다. 박주호 위원이 그때 제시 마치를 높이 평가했었다. 제시 마치는 적극적으로 한국팀 감독직을 원했지만 석연치 않게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그후 제시 마치는 캐나다 감독이 돼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클린스만에서 홍명보 감독에 이르는 흑역사의 과정 속에서 축구팬들은 극심한 무력감에 빠졌다. 축구팬들이 아무리 비판해도 축구협회가 무시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의 정점에 있는 정몽규 회장은 축구팬들의 엄청난 비난 속에서도 축구협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축구계 최상층이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사람들은 그들만의 카르텔을 의심했다.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홍명보 감독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홍명보 감독의 연봉은 약 38억원 가량으로 이번 월드컵 감독들 중 16번째 고액이라고 샐러리 리크스가 추정 보도했다. 일본 대표팀 감독보다 2배 이상 많고, 클린스만과 벤투 감독보다도 많다는 추정이 나온다. 축구협회가 왜 이렇게까지 홍 감독에게 매달렸는지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면서 카르텔을 의심한다.


현재 등 돌린 축구팬들의 마음을 다시 잡으려면 축구협회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경기야 질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평소 운영의 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특히 카르텔 의혹 만큼은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격식 파괴, 관습 파괴, 기득권 파괴의 아이콘이었다. 연줄로 움직이는 한국 축구의 판을 완전히 뒤흔들었고, 그래서 히딩크 리더십 열풍이 일어났었다. 단순히 월드컵 성적 잘 나왔다고 일어난 리더십 열풍이 아니었다. 연줄로 엮인 우리의 구시대적 조직문화를 일소해 줄 외부의 충격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삼성과 현대 등 많은 기업들이 히딩크 리더십을 학습했다.


당시 박지성·김남일·송종국·최진철·이을용 같은 이들은 기존 축구협회 중심 축구판에서 중용 받던 선수들이 아니었다. 이들이 선발되자 축구계에선 “박지성·송종국은 축구선수라기보다는 마라톤 선수”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며 기존에 축구계에서 인정받은 선수들을 쓰라는 압박이 가해졌다. 차범근 감독도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선수선발에 축구협회 등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인인 히딩크는 전권을 위임 받고 관습 파괴 리더십으로 한국 사회를 열광시켰다.


히딩크로 인해 지난 2002년 축구계에 대한 신망이 커졌었다. 하지만 24년이 지난 지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축구협회만은 히딩크 이전의 구태로 회귀한 느낌이다. 그 결과, 축구팬들의 총체적 불신이 나타난 것이다. 축구 전술을 논하기 전에 불신부터 신뢰의 조직문화로 바꿔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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