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서 "통합 필요" 목소리 커져가
원구성 선출 강행에는 "국민 위한 것" 주장
일부 국민과 그들 만을 위한 통합에 의구심
꼰대와 독주 이야기 듣는 이유 고민해봐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원구성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최근 여권에서 가장 많이 꺼내는 단어는 '통합'이다.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서도 통합이란 단어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통합에는 '내부 단합이 우선'이란 전제조건이 따라 붙는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꺼낸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당내 단합이 출발점"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권에서 사용하는 통합이란 단어는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빛을 잃고 있다. 8·17 전당대회에 나설 당권주자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적통 논쟁, 멸칭 논란 등을 보고 있자면 단합은 커녕 오히려 분열만 커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정청래 전 대표가 2일 페이스북에 쓴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꺼낸 '통합' 발언을 인용하며 "당내 갈등을 키워온 일부 세력에게 어제 두 사람의 만남과 메시지가 큰 울림과 정문일침이 됐으리라"는 글은 실제로 그동안 내부 단합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또 하나 자주 들리는 단어가 있다면 '국민'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페이스북에서 합의 안 된 원 구성에 반발한 국민의힘을 향해 "오늘 국민의힘이 걷어찬 것은 국회 정상화가 아니라 국민의 삶"라고 지적한 글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이 된 서영교 위원장이 2일 국민의힘 없이 연 첫 법사위 회의에서 꺼낸 "국민만 바라보며 일하는 법사위를 만들어 가겠다"는 발언에서도 국민을 찾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알 수 있듯, 여권에서 숱하게 등장한 통합과 국민이란 단어에서 철저히 배제된 사람들이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이다. 지난달 30일 민주당은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민의힘이 주장한 법사위원장 요구를 묵살한 채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22대 국회 전반기 동안에만 상임위와 소위원회에서 일방 표결에 부쳐진 안건이 헌정 사상 첫 세 자릿수인 320건을 기록했단 국회사무처의 자료조차도 민주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과연 민주당이 얘기하는 통합과 국민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한번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얘기하는 국민의 범주는 좁아질 수 있다. 당권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과 정 전 대표가 벌인 '적통' 논란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적통'은 민주당 당원의 주축인 4050세대에겐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권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무현 정신 실현'을 내세웠던 정원오 후보보다 오세훈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2030세대에겐 적통이 대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민주당이 얘기하는 국민은 특정 세대로 국한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의 정신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와 균형발전의 정신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정신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 정신이 퇴색되거나 오염되는 건 바라지 않는다. 그러려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자신들이 왜 독주를 하고 있단 비판을 듣는지 그리고 자신들에게 왜 꼰대라는 지적이 덧대어지는 지를 한번쯤 되새겨봐야 한다. 국정은 특정인이나 세대에 국한돼 운영돼서는 안 된다. 진짜 국민과 통합을 위한 행보가 무엇인지는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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