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스트오퍼’
최근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 경매가 활성화되는 추세이며 연령층도 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이달 열린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2021’에서는 올해 역대 최고 판매액과 관람객을 기록했고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는 입장권을 예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이와 같은 인기는 최근 예술작품이 새로운 재테크수단으로 주목되면서 투자가 늘어난 데 있다.
영화에서도 미술품 경매는 흥미 있는 주제다. 지난 2013년 개봉한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 ‘베스트오퍼’는 세기의 미술품 경매사가 자신의 인생을 건 예술품을 맞닥뜨린 뒤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수작이다. 영화 제목인 베스트오퍼(best offer)는 경매에서 최고 제시액, 인생과 맞바꿀만한 최고의 명작을 만났을 때 제시할 수 있는 최고가를 의미한다. 주인공 버질(제프리 러쉬 분)은 언제나 최고가로 예술품을 낙찰시키는 경매사이자 뛰어난 감식안을 갖춘 노인으로 타인과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인물이다. 어느 날 묘령의 여인 클레어(실비아 획스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삶은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는 미술품 경매를 통해 사랑과 예술 그리고 인생을 비유한다. 예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완벽한 감정인, 버질은 페트루스 크리스투스의 ‘어린 소녀의 초상’,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비너스의 탄생’, 보카치오 보카치노의 ‘집시소녀’ 등 세기의 명화로 불리는 여성 초상화를 낙찰받아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방에 컬렉션 한다. 예술품의 진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버질이지만 클레어와의 사랑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영화는 비록 미술품에는 뛰어난 눈을 가졌다 할지라도 사랑과 인생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가 중요함을 말한다. 버질은 클레어가 사람들과의 만남도 단절하고 12년간 은둔했다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낀다. 한 번도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던 노년의 버질은 클레어와 처음으로 이성과의 사랑을 시작하지만 클레어는 버질이 모아둔 미술품과 함께 사라진다. 그런데 그 배후에는 버질의 절친인 빌리가 있었다. 버질은 빌리와 오랜 친구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빌리가 모조품 화가라는 점 때문에 예술가로 인정해주지 않았으며 냉정하게 대했다. 야속하기만 했던 빌리는 결국 가장 가까운 친구를 배신하고 만다.
컬렉션의 재미와 행복 그리고 부작용도 담았다. 누구나 자신이 하나쯤 모으는 물건이 있다. 컬렉션의 진정한 의미는 미를 탐험하고 작품과의 무한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고 하는데 버질은 자신이 모아온 미술품을 가까이 두고 오랜 시간에 걸쳐 알아가고 즐긴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평생을 통해 모은 컬렉션을 잃게 된다. 영화는 버질의 여성 초상 미술품 수집을 통해 관객들에게 컬렉션의 재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과도한 컬렉션은 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사람들은 희소하고 유용한 상품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런 점에서 예술작품은 희소하고 또한 감상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과도한 투자는 버블을 초래할 수 있다. 미술계 역시 갑작스러운 수요증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버블붕괴는 예술품시장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저금리로 과도하게 풀린 돈이 주택과 빌딩에서 주식으로 그리고 미술품으로 옮겨가면서 버블경제가 우려되고 있다. 영화 ‘베스트오퍼’는 미술품 경매가 과열되고 있는 지금, 미술품 수집의 재미와 과도한 컬렉션의 부작용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