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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승자독식 사회의 그림자


입력 2021.09.23 13:13 수정 2021.09.23 13:14        데스크 (desk@dailian.co.kr)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제작 단계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추석 연휴에 맞춰 공개됐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세트는 물론 배우 이정재 주연, 이병헌과 공유가 카메오로 등장해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빚에 허덕이는 기훈(이정재 분)에게 한 남자(공유 분)가 찾아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을 제안한다. 게임장에서 동네 후배인 상우(박해수 분)를 만나 그들은 거액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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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은 평등과 공정을 주장하지만, 이면에는 늘 부당거래가 존재하는 우리사회를 폭로한다. 게임 시작 전, 주최자는 게임이 공평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게임에 참가한 456명 전원에게 같은 옷과 음식을 제공하고 똑같은 규칙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얼핏 보면 공평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게임이 시작되면 남자, 힘센 사람, 게임종목을 먼저 알게 된 사람이 이긴다. 또한 주최자는 개인의 능력만으로 게임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구슬치기’나 ‘징검다리 건너기’ 등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운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 더욱이 노인과 여성, 외국인 노동자,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평등과 공정이라는 원칙 하에 게임을 진행 시킨다. 특정 참가자에게 게임 정보를 건네는 내부자가 있으며 그들 사이에 부당거래가 진행되고 또한 묵인된다. 마치 겉으로는 공정한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우리사회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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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역설한다. 오징어게임의 룰은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처참하게 죽는 것이다. 사망자 1명당 1억원이 적립되고 최종승자가 상금을 갖는다. 다수결로 게임을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 있지만, 참가자들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고 상황에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이성을 잃고 게임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과 집단 지성이 늘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라마는 말해 준다. 위험하고 일방적인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다수의 의지뿐인데 다수가 결집하지 못해 결국 목숨을 걸고 비인간적인 경쟁을 진행하는 모습이 우리사회와 맞닿아 있어 씁쓸하다.


과정보다 결과를 강조하는 사회도 반영한다. 오징어게임은 빚더미에 올라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절박한 사람들이 총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 걸고 벌이는 데스(생존) 게임이다. 참가자들은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상우는 자신이 살기 위해 ‘징검다리 건너기’에서 상대를 밀어내고 ‘구슬치기’에서는 동생처럼 따르던 외국인노동자를 속인다. 기훈 역시 자신이 살기 위해 믿고 따랐던 영남을 속이고 게임에 이긴다. 이곳에서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승리를 위해 상대를 속이고 폭력을 행사한다. 결과지상주의에 대한 민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결과만 중요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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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공개 4일 만에 미국 1위에 올랐다. 드라마 속 정서와 게임은 지극히 한국적인데도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통한 이유는 현대 사회가 처해 있는 단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극단적인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징어게임’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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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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