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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본 세상] 기적처럼 다가오는 희망의 소리


입력 2021.09.16 13:01 수정 2021.09.16 11:27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기적’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역사(驛舍)가 있다. 경북 봉화군 분천리에 위치한 양원역이라는 간이역이다. 역 바로 옆을 흐르는 낙동강을 기준으로 서측은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 동측은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 원곡마을이 위치해 이름도 양원역이 됐다. 만들어진 배경도 독특한데 주민들에 의해서 직접 세워진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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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한 이장훈 감독의 ‘기적’은 우리나라 최초 민자역사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순수한 소년의 꿈과 가족 간의 사랑을 착한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냈다. 교통편이 없는 오지에 사는 준경(박정민 분)은 마을에 간이역이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다. 준경은 아버지(이성민 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희(임윤아 분)와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간이역을 만든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기적’은 중의적인 단어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와 아울러 기차의 경적소리를 뜻한다. 경북 봉화군 분천리 원곡마을에서 외부와 유일하게 연결될 수 있는 길은 오직 기찻길뿐이다. 역이 없어 마을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철길을 걸어 다니고 학생들은 왕복 5시간을 들여 영주까지 걸어가 학교를 다닌다. 준경은 기차역을 만들어 달라고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고 마침내 역사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내지만 당장은 예산이 없어서 힘들다는 답변을 듣는다. 하지만 준경은 포기하지 않고 마을주민들과 힘을 합쳐 양원역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꿈을 갖고 도전하면 언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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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따뜻한 감성영화다. 폐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새 역이 들어설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아는 철도기관사인 아버지는 이사를 가자고 하지만 준경은 그곳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한다. 준경은 자기를 낳다가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와 기찻길에서 추락사를 당한 누나를 생각하며 자책하고 아버지와의 관계 또한 불편하다. 아버지 또한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시종일관 굳은 표정과 무뚝뚝함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간이역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오해가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임을 깨닫는다. 영화는 이들 가족의 따스한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하며 진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레트로 감성을 담은 힐링 영화기도 하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정겨운 시골 분위기, 영화를 채우고 있는 가을을 닮은 색채는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더욱이 삶이 팍팍할수록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기 마련인데 영화는 과거 유행했던 카세트 테이프와 김완선의 노래, 우편함을 통해 주고받던 손편지, 아기자기한 문방구까지 추억을 소환한다. 여기에 듣기도 정겹고 생소한 경북 봉화 사투리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웃음과 감동을 모두 갖춘 영화 ‘기적’은 양원역을 제외하곤 모두 허구로 만들어졌지만 따뜻한 상상력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로 사랑받을 만하다. 선정적인 요소라곤 찾아볼 수 없고 꿈과 희망 그리고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희망은 기적소리를 내며 기적처럼 다가온다고 말한다. 추석 연휴에 가족들이 다 함께 극장 나들이하며 즐기기에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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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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