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안주 없는 MLB, 영국 축구장→옥수수밭→카레이싱 경기장까지 개척


입력 2025.04.29 06:02 수정 2025.04.29 06:0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오는 8월 MLB 경기가 펼쳐질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 ⓒ MLB.com

피치클락 등 ‘스피드 업’ 정책을 추진해온 메이저리그(MLB)도 관중 증가 추세다.


지난 시즌 종료 뒤 MLB 사무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팬들(7134만8366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직전 시즌보다 0.85% 증가했다. 2011~2012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관중이 늘어났다.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운 LA 다저스는 394만1251명으로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


“야구는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돌려 야구장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시행한 ‘스피드 업’ 정책(피치 클락/베이스 크기 확대/승부치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행 취지대로 경기시간을 단축하고, 보다 역동적인 경기를 선보이면서 젊은 팬들도 야구장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젊은 층 유입의 물꼬를 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됐다.


지난 시즌 18~35세 입장권 구매 비율이 2019시즌 이후 10% 가까이 증가했다. MLB.com 중계방송 시청권, 티켓, 공식 상품을 구매한 소비층의 평균 연령도 크게 떨어졌다. 시청률도 비슷한 나이대에서 10% 이상 늘었다. 올 시즌도 MLB를 향한 열기가 뜨거워 지난 시즌 관중 수치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기록적인 수치에도 MLB 사무국은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개척을 거듭하고 있다.


역대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 경신을 노린다. MLB 사무국은 8월3일 15만명 이상의 관중 수용이 가능한 미국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신시내티 레즈전을 개최한다.


지난주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펼쳐진 CAA 세계 스포츠 대회에서 8월 예정한 경기를 소개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경기가 펼쳐질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는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 레이싱 트랙이다. 지난 2016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미식축구 테네시 대학과 버지니아 공대가 격돌했을 때, 무려 15만 명 이상의 관중을 불러모았다.


MLB 사무국은 이곳에서 한 경기 최다관중 신기록을 기대한다. MLB 역대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은 2008년 시범경기 LA 다저스-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세운 11만5300명. 당시 다저스는 올림픽 개회식장으로 쓰인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경기를 펼쳤다. 오는 8월3일 열리는 애틀랜타-신시내티전에서 기록이 17년 만에 깨질 가능성이 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 ⓒ AP=뉴시스

MLB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있었다. MLB는 1989년 개봉한 영화 '꿈의 구장'을 현실로 재연하고자 2021년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 옥수수밭에 임시 경기장을 세워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영화 주연을 맡았던 케빈 코스트너가 영화처럼 시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경기를 중계한 미국 폭스스포츠는 "미국 전역에서 590만 3000 명의 시청자가 이 경기를 지켜봤다"며 "2005년 이후 최근 16년간 정규시즌 경기 중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순간 최고 시청자 수는 609만 4000명에 이른 것으로 발표됐다.


사실 ‘꿈의 구장’ 프로젝트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팬들의 고령화, 지나치게 긴 경기 시간, 경쟁 콘텐츠의 다양화 등으로 미국에서 야구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심금을 울리는 콘텐츠를 가미해 큰 성과를 거뒀다.


또 세계화를 꾀하던 MLB는 지난 2019년부턴 '축구 종가'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도 정규시즌 경기를 진행했다. 축구 경기장을 개조해 야구장으로 활용했다. 런던스타디움은 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복합 체육시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주경기장으로 쓰였다.


MLB는 런던시리즈를 개최하기 위해 대형 스타디움을 뜯어고쳤다. 축구장 잔디를 걷어낸 뒤 표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특설 관중석을 만들어 직사각형의 스타디움을 야구장으로 개조했다. 선수단이 사용하는 더그아웃과 클럽하우스도 조립식으로 새로 설치했다.


2024년에는 브라이스 하퍼가 홈런을 치고 축구 선수들이 자주 선보이는 잔디에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로 5만 여 영국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MLB는 이 외에도 한국, 일본 투어를 통해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LB의 퀄리티와 규모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MLB가 현재에 취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높고 더 넓은 곳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행보는 산업화를 꿈꾸는 KBO리그에도 큰 울림이 될 수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