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

훗날 칼을 쥔 손이 바뀐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가·붕·개 행복론’을 펼치던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평택을 보궐선거에 나섰다. 오랜 기간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는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조국 식의 서민 호칭)들에게 ‘정신승리’법을 설파하면서 자신은 용(적어도 작은 용)의 삶은 구가하고 있다. 부부가 다양한 혐의로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전력이 있다. 그는 사법적 위기에 몰렸을 때 ‘검찰독재 정치보복’을 끊임없이 외쳤다. 일가족이 윤석열 정권 검찰에 의해 도륙됐다는 주장도 거듭했다. 어쨌든 그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위기’의 문을 연 사람 중의 1인이다.
정말 더 큰 용은 따로 있다. 그 유명했던 조만대장경조차 빛바래고 마는 거대 권력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지금은 대통령이니까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해서 지나친 과장이라고 할 수 없지만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의 위세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으로서 권력 장악력, 상황 돌파력, 정적 파괴력에서 그를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었다.이 대통령, 민주당의 경배 대상인가이 또한 일종의 카리스마라고 하겠는데, 어떻게 거대 민주당이 그처럼 한 몸 한 마음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충성을 다하게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인물됨이나 학식이 남다른 것 같지는 않다. 더욱이 도덕성 정직성 등 민주적 정치리더십의 핵심 덕목에서는, 솔직히 말해 중간에도 가지 못할 것 같은데 집권당과 그 주변세력은 물론 일반 대중까지 열렬한 추종자로 만들어낸 역량인지 기술인지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 정치시대의 스타로서의 지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남다른 정치감각과 기민성 덕분이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드러지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으나 계산에 냉정하지 못했다. 낭만적 포퓰리스트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즉흥적 충동적이었다.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화 잘 내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태도와 말투의 투박함이 장점이기도 했으나 노회한 여의도 정치집단의 충성심을 끝까지 잡아 놓는 데는 오히려 약점이 됐다. 그는 권력자라기보다는 대중스타로서의 기질이 더 뚜렷했다.
이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웃을 때조차 한기를 느끼게 한다. 정치적 계산이 치밀하다. 휘하의 참모들과 대중을 다루는 기술이 노련하다. 여당을 주도하는 사람은 정청래 대표이지만 이 대통령의 손바닥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정 대표조차 끊임없이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시켜야 할 정도로 이재명 체제는 강고하다.
그의 기대와 희망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사람들의 노고는 정치리더에 대한 충성에 그치지 않는 인상이다. 그야말로 경배(敬拜)의 수준이다. 그는 지난 2022년 8월 민주당 대표가 된 후 지난해 6월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기간을 절대강자로서 거대정당을 이끌었다. 그의 재임기에 민주당이 뚜렷하게 한 일은 당 대표를 위한 방탄입법과 방탄활동이었다. 그는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으로 정치적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다양한 기술을 발휘하며 난관을 돌파했다. 민주당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었음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된 후 그의 주된 관심은 사법리스크의 완전한 해소에 쏠린 느낌이다. 우선 재임 중 재판을 피하는 것을 우선과제로 추진했다(그 자신이 아니라 민주당 내의 충성을 다하는 세력이!). 법원들이 다 알아서 ‘재판기일 추후지정’을 결정 발표했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민주당은 대대적이고 험악한 사법부 고삐 틀어쥐기 입법에 돌입했다.모든 공소 취소하라고 압박하다니대법관 수 증원(14→24명), 법왜곡죄(최대 징역 10년), 재판소원제(사실상 재판 4심제) 등 사법부를 기저에서부터 흔드는 법을 만들고 판사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심각한 제한을 제도적으로 가하게 했다. 3권분립체제를 입법·행정부의 상대적 우위 체제로 바꾸어 놓은 것인데 헌법 정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인식을 금할 수 없게 하는 입법권의 횡포였다. 이 또한 이 대통령 사법적 족쇄 풀기의 일환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민주당은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어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를 이끌어 내는 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기소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사건이 법정에까지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 의원 105명(당초 87명 참여)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검찰에 공소취소를 압박하면서 여론몰이까지 하자는 의도다.
이 모임이 의도한 대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는 지난 3월 20일부터 열려 지난달 30일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마무리 됐다. 민주당은 조사활동에서 제기된 조작기소 의혹을 핑계로 같은 날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이다.
특검 수사 대상은 국정조사 대상이었던 7개 사건에 새롭게 5개가 추가된 12개 사건이다. (국조 대상 ▲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 위례 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사건 ▲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 ▲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 부동산 등 통계 조작 의혹 사건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을 의도한 허위 보도 의혹 사건 등 7개. 이 대통령 관련 ▲ 성남FC 광고 및 후원 관련 제3자 뇌물 의혹 사건 ▲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증인 김진성에 대한 위증교사 사건 ▲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관련 배임, 부정한 금품수수, 부정행위 등 의혹 사건 ▲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사건 ▲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및 배임 의혹 사건 등 5개.)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심지어 이 대통령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까지 공소의 족쇄를 풀어버리겠다는 것이다. 법원에 가기 전에 사건의 흔적을 지워 ‘꿩 구어 먹은 자리’로 만들겠다는 이 무모한 발상이 집권 민주당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헌정사는 대단히 위험한 구비를 돌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도대체 몇 겹의 갑옷을 입어야 안심하겠다는 것인가.검찰을 악의 집단으로 매도하면서‘조작기소 특검법’은 사실상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기 위한 특검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특검에 공소취소권을 부여한다. 대통령이 특검법을 재가하고 특검을 임명한다.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혐의 일체를 지워버리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이렇게 까지 법치를 흔드는 지 누가 친절하게 설명 좀 해 주시라.
김현정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한 말이 인상적이다.“헌법 제11조가 규정한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따라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정치적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법 앞의 평등을 말하려면 범법 혐의로 기소가 되어 있는 국민 모두를 위한 특검법을 만들 일이다. 그래야 법 앞의 평등 정신에 부합된다. 대통령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검찰을 악의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법 앞의 평등’운운하는 데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집권자가 법 위에 있는 체제는 법치국가가 아니다. 민주당은 공공연히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 이 대통령 한 사람의 사법적 안전장치를 확대하겠다는 뜻은 이해가 되는데 그걸 위해 형사사법체계를 마구 뒤흔들어 놓으면 후에 복구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민주당이 쥐고 있는 그 칼이 지금은 민주당 정권의 무기 혹은 도구로 쓰이지만 언젠가는 그 칼을 쥔 손이 바뀐다.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가 한국 민주법치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서 입법폭주에 동참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선택, 민주당이라는 거대집단의 단체행동이니까 아무런 부담감 없이 동조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집단의 힘은 이성이나 합리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선동과 충동에서 나오기 때문에 엄청난 위험이 예비된다.
80년에 가까운 헌정체제를 한 정권의 필요에 따라 마구잡이로 손질해 버리면 후에 운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충돌과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다. 책임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 없다. “내 손은 깨끗하다”며 잘못된 선택을 부인할 수 있을까? 특검 의존 일변도의 수사체계가 고착될 수 있다는 점은 또 어떤가. 정치적 탄압이나 보복을 목적으로 하는 특검 수사가 날이면 날마다 벌어진다고 생각해 보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훗날의 책임 추궁에 대해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민주당은 영구 집권의 확실한 계획이라도 세워뒀다는 것인가?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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