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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시그널과 김여정 응답


입력 2021.09.28 08:40 수정 2021.09.28 08:37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 대통령 미국 방문 코드명, 시그널

김여정의 응답

북한이 지켜야 할 전략 환경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할까?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문 대통령 미국 방문 코드명, 시그널

대통령의 순방 일정은 비밀문서로 코드명으로 핵심 당국자들끼리만 공유된다. 대통령의 신변안전과 외교 전략에 대한 내용보안 때문이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순방의 프로젝트 이름이 ‘시그널’이었다.


5년 연속 유엔 총회 참석한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기조연설을 통해서 종전선언 제안으로 북한에 시그널을 보냈다. 이에 대해 국민은 이 시기에 무슨 종전선언이냐고 의아해했다. 코로나-19에 포비아를 보이며, 외부로부터 물자 하나도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김정은 정권과 무슨 대화며 종전선언이냐며 그 배경을 궁금해 했다. 대통령을 수행해 뉴욕을 방문 중인 정의용 장관은 같은 날 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중국의 외교행태를 이해해 줘야 한다며 열심히 두둔했다.

김여정의 응답

이 두 가지 시그널에 북한이 반응했다. 9월 23일 리태성 외무성 부부장은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미국을 맹공격했다. 다음날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직접 나서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우리 대통령의 제안을 칭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리태성이 미국을 표적으로 한 담화를 내놓았다면, 김여정은 한국을 표적으로 담화를 발표한 셈이다.


한국 정부가 말귀를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스러웠던지, 김여정은 25일 다시 한 번 담화를 발표한다. 남북한 간의 상호존중 자세가 유지되면, 종전선언 뿐 아니라,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도 ‘빠른 시일 내’에 보기 좋게 해결될 것이라고 선언하여 청와대를 들뜨게 했다.

김여정 담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조치 내용이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대남 메시지에서는 매우 유예적이거나 과정적 의미를 담은 선언이었다면 이번에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될 수 있다’라거나, ‘남북정상회담 등 관계개선이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라며 깔끔한(?) 문장으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했다. 마치 물밑에서 상당한 논의가 이뤄져, 북한이 요구하는 조치를 문재인 정부가 취하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한이 지켜야 할 전략 환경

북한이 남북관계 복원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궁금하다. 익히 아는 바처럼,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지원은 유엔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에게 얻을 것은 없으나, 지켜야 할 것은 있다.


과거 북한이 대미 전략을 추진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한국 정부와의 관계 설정 문제였다. 미국과 직거래를 하고 싶지만, 그 길목에 버티고 있는 한국 정부를 어떻게든 달래야 했다. 그래서 통한통미(通韓通美) 전략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화려한 남북미 시리즈 정상회담이었다. 그것도 안 되면 한국을 건너뛰어 핵협상을 통해 미국과 직거래에 나서는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가 그 대표적인데 이를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 했다.


그런데 이제 북한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었다.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상수화’ 시켰다. 이는 3차 방정식을 2차 방정식으로 인수분해한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상수화’를 넘어, 자신들의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한국 정부를 ‘종속변수화’시켰다. 북한 2인자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법률이 변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는 북한에게 있어서 소중한 전략 환경이다. 누리고 있을 때는 소홀했지만, 혹여 잃어버리고 난 후를 생각하면 아찔한 너무도 소중한 전략적 환경인 것이다.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할까?

호사를 누리던 전략 환경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김정은 정권의 호흡이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김여정은 ‘빠른 시일 내’라며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일단 10월 말이 중요할 것 같다. 여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그 열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미 화상 남북정상회담 시스템은 갖춰져 있으니, 이것으로 일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하며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슬쩍 경기 북부 접경지역 개발에 도움이 될 의제 하나쯤 슬쩍 얹어놓으면 금상첨화다.


정의용 장관이 미국 땅에서 중국을 열심히 두둔한 노력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자격이 박탈된 북한의 복권으로 나타나게 될지 모른다. 지성이면 감천인 법이니.


남북한 관계 특히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대통령의 의제다. 그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그래서 그 결과가 옳든 그르든 막거나 수정할 영역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렇게 미리 그려보는 남북한 관계를 통해서 경각심이라도 일깨우고자 할 뿐이다.


ⓒ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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