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한국시리즈 양분한 SK-삼성
전임 감독의 '유산'으로 명경기 연출
최근 6년간 한국시리즈는 3번 우승을 차지한 SK와 두 차례 정상에 오른 삼성이 가을 잔치를 양분해왔다.
2007년 SK 지휘봉을 잡게 된 김성근 전 감독은 부임 첫해 우승반지를 손에 걸었고, 이후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두 번의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의 성과를 일궜다. 선동열(현 KIA) 감독도 2005년 초보 사령탑으로는 최초로 우승을 달성했고, 2년 연속 리그를 제패해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
팀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두 감독들은 올해 8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모두 유니폼을 벗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또다시 정상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야신’과 ‘국보 투수’가 남긴 명품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김성근 전 감독은 지도력뿐만 아니라 선수 발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아직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 만년 유망주, 은퇴 또는 부상 후유증으로 설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야신의 손을 거쳐 1군에서의 성공을 맛봤다.
무명에 불과하던 박정권은 ‘가을 사나이’로 거듭나 포스트시즌에 가장 주목 받는 선수로 발돋움했고, 박재상, 고효준, 이승호, 정우람, 박희수, 김강민, 전병두 등도 무시할 수 없는 톱클래스 선수들로 발전했다. 이승호, 엄정욱, 최동수, 안치용 등도 야신의 조련을 받고 제2의 야구인생을 살고 있다.
선동열 감독의 육성 능력 역시 만만치 않다. 2004년 삼성의 코치로 부임한 뒤 배영수를 리그 최고의 투수로 빚어 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삼성 막강 불펜을 완성시켜놓았다. 정현욱, 안지만, 권오준, 권혁 등은 모두 국보의 유산들이다.
타선에서도 선동열 감독에 의해 잠재력을 폭발시킨 타자들이 수두룩하다. 가장 대표적인 타자가 올 시즌 홈런-타점왕에 오른 최형우다. 지난 2005년 삼성에서 방출되었던 최형우는 경찰청을 거쳐 삼성에 재입단, 선동열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팀의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SK와 삼성은 김성근·선동열 감독이 물러난 뒤 나란히 팀 컬러 변화를 예고했다. 감독 중심의 ‘지지 않는 야구’와 ‘지키는 야구’로 성공을 거뒀음에도 구단 측은 ‘재미있는 야구’를 원했다. SK의 기치는 ‘스포테인먼트’이며, 삼성은 최근 이재용 사장이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앞으로도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달라”라고 주문한 바 있다.
갑작스런 팀 컬러의 변화는 성적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를 안고 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흔들리지 않았다. SK는 이만수 감독대행 부임 초반에만 잠시 삐끗했을 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선전을 거듭했고, 삼성 역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올 시즌 가장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다.
대게 감독이 바뀌면 팀 스타일 자체가 아예 달라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SK와 삼성처럼 전임감독의 영향력이 짙게 묻어있는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새로 지휘봉을 잡게 된 이만수·류중일 감독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선수 중심의 공격 야구’를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만수·류중일 감독은 자기 색깔을 내면서도 기존에 팀을 떠받치던 체제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자체 리빌딩 중인 SK는 투수운용이 김성근 전 감독과 크게 다르지 않고 류중일 감독의 불펜활용법도 마찬가지다. 수년간 전임감독을 보좌하던 코치들이었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큰 경기를 많이 치른 선수들답게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침착함을 유지해왔다. 신임 감독들이 팀을 잘 추스른 것도 있지만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최고의 투수진을 보유한 두 팀의 맞대결답게 숨 막히는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점수는 많이 나지 않지만 타자와 투수와의 수 싸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성 불펜진의 강력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SK도 지쳐있는 가운데서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정근우와 이영욱, 김강민 등 그라운드에서 수비를 펼치는 야수들 역시 탄성이 절로 나올만한 멋진 수비를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최고의 장인이 잘 빚어놓고 떠난 ‘명품유산’들이 ‘고급 야구’의 진수를 선보이는 2011 한국시리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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