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도 못해본 ‘업셋 시리즈’ 이만수라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1.10.25 08:57  수정

준PO 거치고 우승한 횟수 고작 2번

이만수, 사상 세 번째 '업셋' 도전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SK 가을은 언제나 극적인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7 한국시리즈에서는 2패 뒤 4연승을, 2009 플레이오프에서도 두 번 먼저 승리를 내준 뒤 짜릿한 ‘리버스 스윕’을 일궈냈다. 모두 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지난 8월 ‘야신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만수 감독대행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후반기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SK는 결국 정규시즌 3위에 그치며 준플레이오프서부터 가을 잔치를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SK를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KIA를 3승1패로 누르고 롯데와 맞닥뜨린 SK는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해태 왕조의 4년 연속(1986년~1989년)을 뛰어넘은 기념비적인 기록이었다. 또한, 감독대행으로는 최초로 한국시리즈를 밟았다.

준플레이오프서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 이만수 감독대행

역대 세 번째 업셋(Upset) 시리즈 나오나

1989년 지금의 포스트시즌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번의 준플레이오프(95년, 99년 제외)를 거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팀은 고작 두 팀에 그친다. 1992년 염종석을 앞세운 롯데와 2001년 ‘미라클 신화’의 주인공 두산이 바로 그들이다.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시리즈에 오른 횟수도 고작 여섯 차례에 그친다. 이는 30%의 낮은 확률이다. 여기에 우승확률까지 따지면 10%로 뚝 떨어진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도 9년 연속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을 가져갔다.

업셋(뒤집기)이 힘든 이유는 역시 체력적인 문제점과 홈&어웨이의 불리한 일정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위팀일수록 우승에 근접한 안정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어쨌든 SK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역대 7번째 팀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제 남은 것은 사상 3번째 ‘업셋 시리즈’의 가능 여부다. 이는 전임 감독이던 ‘야신’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1986년 OB 사령탑에 오르며 프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성근 전 감독은 지금까지 12차례 포스트시즌 무대를 경험했다. 결과는 대부분 실패로 이어졌다. 준PO 또는 PO에서 번번이 탈락하다가 2002년 비로소 LG를 이끌고 개인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삼성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특히, 2002년은 업셋 시리즈가 가능했던 해였다. 그러나 준PO서부터 치르느라 체력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고, 삼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선수층이 문제였다. 결국 LG는 6차전까지 가는 투혼을 펼쳤지만 이승엽-마해영에게 홈런을 얻어맞으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이후 2007년 SK에 부임한 뒤, 김성근 야구는 완성되기에 이른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의 지옥훈련과 철저한 선수관리 시스템이 어우러지자 김성근의 SK는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

밑에서 올라온 팀들에 결코 ‘업셋’을 허락하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SK에서의 4년간 3번의 우승과 1차례 준우승을 차지했고, 포스트시즌 전적 18승9패(승률 0.667)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치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역대 구단.

아직 초보딱지를 떼지 못한 이만수 감독대행은 9년 전 스승이 이루지 못했던 ‘업셋’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야신’이 남긴 명품 유산은 이번 준PO와 PO를 통해 위력을 실감했다.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된 박정권은 자신이 왜 ‘가을 사나이’인지 이번에도 능력을 입증했다.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홈런 3개를 포함해 21타수 8안타(타율 0.381) 6타점을 올려 한국시리즈 진출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톱타자 정근우는 국가대표 2루수답게 공-수-주 걸출한 활약을 펼쳤고, ‘게으른 천재’ 안치용은 SK 이적 후 김성근식 훈련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올 시즌 개인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불펜은 여전히 막강한 위용을 자랑했다.

야신의 마지막 유산인 박희수의 존재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고비 때마다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낸 박희수는, 특히 지난 3차전에서 롯데 4번 타자 이대호를 루킹삼진으로 잡아내 두둑한 배짱을 과시한 바 있다. SK가 우승까지 거머쥔다면 박희수의 신인왕 등극은 사실상 확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야신의 유산’에 무임승차한 것만은 아니다. 이 감독대행은 기존 SK 팀컬러에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덧입혔다. 시종일관 서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고, 믿음의 야구를 실천했다. 무엇보다 치밀한 불펜투수 관리가 돋보였다. 그 결과 SK 구원투수들은 준PO와 PO를 거치는 동안 이렇다 할 체력소모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제 이만수 감독대행의 마지막 관문은 고향팀 삼성이다. 삼성의 연고지 대구에서 자라고 16년간 줄곧 같은 유니폼만 입었다. 그만큼 이번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삼성 팬 절반은 날 응원할 것”이라 말할 정도로 자신감도 넘친다.

과연 ‘야신의 명품 유산’을 손에 든 이만수 감독대행이 야신도 못해 본 사상 3번째 ‘업셋’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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