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를 3승1패로 제압하고 올라온 SK는 그야말로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있다. ‘가을 사나이’ 박정권을 필두로 타격감이 상승모드를 타고 있으며, 정대현-박희수-정우람이 버티는 불펜진의 파워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여기에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는 바람에 3일간의 꿀맛 휴식도 취했다.
반면, SK를 맞이하게 된 롯데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간 SK를 상대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 실제로 지난 5년간 상대전적도 30승1무62패(승률 0.323)의 절대열세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롯데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SK만 만나면 경기가 꼬인다는 점이다. 타선의 침체는 둘째치더라도 실책과 주루사 등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실수들이 유독 SK전에서 두드러졌다.
거인군단은 왜 SK만 만나면 작아지는 것일까.
① SK 선수들의 독기, 제대로 응징?
SK는 2007년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성근 야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역시 상대의 약점을 잘 파고든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수비와 마운드가 허술한 롯데는 SK에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2007년 SK를 상대로 고작 4승을 올리는데 그쳤고, 14경기를 내줬다. 천적관계의 시작이었다.
이듬해 SK 선수들은 롯데에 독기를 품게 된다. 발단은 2008시즌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롯데 주장이던 정수근은 “연습 많이 하는 팀을 이기고 싶다”라고 밝혔다. 당시 SK 선수들은 정수근의 발언에 적잖은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땀 흘려 훈련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롯데만은 꼭 이기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2008년 13승 5패로 제대로 응징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전 11연승을 내달리기도 했다. 반면, 롯데는 2007년 이후 승수를 하나씩 늘려나간 것(4승-5승-6승-7승-8승)에 만족해야했다.
롯데의 실책은 유독 SK전에서 많이 나왔다.
② SK전에서 유난히 부각되는 롯데 실책
롯데의 수비력이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 106개의 팀 실책으로 불명예 1위를 차지했고, 이 기록은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롯데의 실책은 유독 SK전에서 많이 나왔다. 지난 5년간 총 478개의 에러를 범한 롯데 수비진은 SK와의 경기에서 가장 많은 74개의 실책을 범했다. 지난해 4월, 문학원정에서는 김주찬이 ‘만세 2루타’를 내준 것을 비롯해 손아섭이 눈 위에서 볼을 떨어뜨려 ´천하무적 야구단´ 수준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받았다.
2008년 김광현과 손민한의 투수전에서는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던 9회, 번트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달려든 김주찬이 1루를 비워둔 채 투수와 포수보다 먼저 달려와 팀 동료들을 어이없게 만들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SK전에서 실책이 자주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SK 울렁증´과 함께 리그 최고의 수비실력과 비교되는 부담이 실수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③ 경기 막판, 이대호 눈앞에는 늘 그가 있다
이대호와 SK 마무리 정대현은 야구계 대표적인 천적관계다. 정대현 상대 이대호의 통산 성적은 49타수 5안타(타율 0.102). 지난 6월에는 2007년 10월 이후 무려 3년 8개월 만에 통산 3호 안타를 때렸다. 물론 올해는 6타수 3안타를 때리며 정대현 공략법을 찾은 모습이다.
사실 이대호는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한 타자가 아니다. 2007년 이후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0.329, 좌투수에게는 0.326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언더핸드 투수에게는 0.348로 더욱 강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대현이 형 볼이 가장 치기 어렵다. 공은 느린데 흔들리면서 온다. 그 형만 없었다면 지난해 50홈런 4할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바 있다.
롯데의 중심 이대호는 정대현에게 통산 49타수 5안타(타율 0.102)에 그치고 있다.
④ SK 선수들도 롯데 만나면 자신만만
SK는 롯데를 상대할 때 보다 적극적인 작전을 펼친다.
지난 5년간 93차례의 맞대결에서 SK 준족들이 기록한 도루는 120개. 물론 SK가 상대한 7개 구단 가운데 최다다. 김성근 전 감독은 상대 배터리를 흔들기 위해 발이 빠르지 않은 박정권에게까지 도루를 주문했다. 통산 도루가 33개에 불과한 박정권은 롯데전에서만 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SK 선수들도 롯데에게 유독 자신감을 보인다. 설령 에이스가 무너지거나 크게 뒤져도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SK는 지난해 5월 사직 롯데전에서 김광현이 3.1이닝 8실점이라는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했다. 롯데의 불방망이는 이어 등판한 정우람에게 박종윤이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4회까지 10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롯데는 이날 경기서 10-21이라는 기록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달 9일 문학에서 열린 일명 ‘9.9 대첩’도 롯데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악몽 가운데 하나다. 이날 롯데는 8회까지 8-1로 앞서다 8회 2점, 9회 5점을 내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 10회초 1점을 올렸지만 곧바로 이어진 10회말 김강민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다 잡았던 승리를 내줬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