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우승 실패로 무관의 아쉬움을 20년째 이어가게 된 아쉬움이 유독 클 수밖에 없는 마지막 경기였다.
올해도 ‘가을의 전설’은 롯데에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았다.
23일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밀려난 롯데는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꿈을 또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롯데는 올 시즌 우승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단일시즌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최고의 성적을 거둔 데다 지난 3년간 넘지 못했던 준PO를 생략하고 플레이오프에 올라 유리한 조건에서 포스트시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대호, 손아섭, 김주찬 등 절정에 오른 공격력에 올해는 불펜과 수비의 안정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우승을 위한 적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롯데는 단기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상대가 누구보다 큰 경기에 강한 디펜딩 챔피언 SK였다는 사실은, 롯데에는 어쩌면 불운이었다.
비록 수장인 김성근 감독이 팀을 떠났지만, 단기전에서 빛나는 SK의 집중력과 뒷심은 여전히 막강했다. 롯데는 홈 어드밴티지의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1차전과 3차전을 내주며 내내 끌려가는 시리즈를 펼쳤다.
롯데도 분명히 이전의 포스트시즌과는 달라졌다.
1차전에서 패색이 짙던 경기를 끝까지 따라붙었고, 2차전에서는 전날 연장패배의 아쉬움을 털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4차전에서도 전날 영봉패의 아쉬움을 영봉승으로 되갚았다. 1-6으로 끌려가던 5차전을 4-6까지 따라잡으며 SK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분명 롯데의 저력을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상대를 괴롭힐 수는 있었지만, 시리즈를 뒤집기까지는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고비에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해결사가 부족했다.
SK가 타선의 박정권을 비롯해 안치용, 임훈, 불펜의 박희수, 정우람, 정대현 등이 고비마다 ‘영웅’으로 등극한 반면, 롯데는 시리즈 내내 고른 활약을 펼쳐준 선수가 드물었다. 가장 믿었던 이대호가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로 4차전의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큰 활약을 못했고, 타선이 대체적으로 SK 불펜 구위에 밀렸다.
심지어 5차전에서는 믿었던 장원준, 김사율 등 시즌 내내 맹활약하던 투수들이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와 폭투 등으로 무너지며 믿는 도끼에도 발등이 찍혔다. 수비에서 맹활약하던 황재균도 5차전에서 결정적인 수비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롯데는 올해도 4년 연속 PS진출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상 새로운 기록을 세웠지만 번번이 단기전에서는 첫 관문에서 물러나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대호가 FA로 풀리고 장원준도 군에 입대하는 다음 시즌에는 올해만큼의 전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 시즌 우승 실패로 무관의 아쉬움을 20년째 이어가게 된 아쉬움이 유독 클 수밖에 없는 마지막 경기였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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