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초접전 끝 막판 역전극으로 수성
'전략가' 배현진, 디커플링·조직력 견인
'공격수' 김재섭, 정원오 의혹 공세 주도
두 사람 정치적 체급 상승…존재감 각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에서 입장을 밝힌 뒤 꽃다발을 들며 웃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인이 막판 역전극 끝에 승리를 거둔 가운데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처럼 직접 발로 뛰며 전방위적으로 나섰던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과 김재섭 공동서울선대위원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오 당선인의 '전략가' 면모를 두드러지게 한 배현진 위원장과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김재섭 위원장의 정치적 체급도 덩달아 상승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오세훈 당선인은 4일 종로구 대왕빌딩 내 선거 캠프에서 당선이 확정된 직후 "(이번 선거는) 지옥과도 같은 전월세난이 끝나기를 바라는 서민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는 맞벌이 부부들, 재건축을 기다리며 낡은 집에서 희망을 기다려온 주민들, 이 평범하고 성실한 시민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이번 선거는 상식의 승리"라며 "시민 여러분께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세워줬다"며 "대한민국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도록 서울을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남겨주셨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개표율 97.70% 기준 오 당선인은 48.94%를 얻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48.34%)를 0.60%p, 3만359표 차로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송파구 개표 현장에서 투표용지 부족 논란이 발생하는 등 잡음까지 불거졌지만, 오 당선인이 막판 극적인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선거전은 한층 더 극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초반만 해도 이른바 '이재명 픽'으로 불렸던 정원오 후보의 상승세가 거세 오 후보가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막판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흡수에 성공하며 반전 드라마가 완성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정부 견제 여론과 초반부터 장동혁 지도부와의 단절 의지를 분명히 하며 혈혈단신으로 선거에 임했던 오 당선인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스타광장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파이널 유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 당선인의 개인 역량도 뛰어났지만, 그 이면에는 선거 전략을 선명하게 견인한 배현진 위원장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다. 배 위원장은 오 당선인이 초반부터 구사했던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을 함께 밀어붙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1년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8곳의 승리를 이끌어낸 것 역시 배 위원장의 성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24대 1이라는 참패를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선방한 결과란 해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웬만한 사람 같으면 지도부와 당권파의 파상공세, 서울시당위원장을 노골적으로 빼고 가겠단 징계 공세, 하수인들은 윤리위 제소 공세 등 견뎌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외유내강 배현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17대 8이라는 성과도 일단 배현진 위원장이 시당에서 중심을 잡고 잘 가져갔고, 장동혁 지도부의 잘못된, 서울시 시정과 맞지 않는 노선과 방향으로 2018년의 참화가 충분히 날 수 있었지만 디커플링을 해서 충분히 탈동조화를 했기에 지도부의 악영향을 막아내고 서울시장을 지켜내고 일정부분 구청장 선거를 성공해낸 이부분은 배현진의 뚝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노선의 영향이 컸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당이 기존 국민의힘 시도당과 달리 SNS를 적극 활용하며 이슈파이팅에 성공한 점도 배 위원장의 성과로 꼽힌다.
정치권 관계자는 "마지막 순간 사람들이 놀랄만한 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서울시당에서 긴급히 이 사고를 SNS나 메신저 단톡을 통해 잘 전파했다"며 "실제 마지막까지 서울시당의 단체방이 쉴새없이 울렸는데 역대 국민의힘 시도당 중 메신저를 이렇게 활발하게 운영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상 등도 신속히 전파해 이슈파이팅을 하는데 큰공을 세웠고 박재흥 서울시당 대변인 또한 적시에 신속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며 보수우파 유권자 결집하는데 큰공을 세웠다"고 부연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찾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전의 최전방에서 맹공을 퍼부으며 상대의 심장부를 파고든 김재섭 위원장의 거침없는 '공격력'이 승리의 결정적 발판이 됐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상대 후보의 맹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선거판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그간 정 후보의 칸쿤 외유성 출장 의혹, 주폭 논란 등을 제기하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정 후보 캠프 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지만 한 발 물러서지 않고 여론전을 주도하며 선거판의 주요 이슈를 끌고 갔다.
결국 정 후보의 강점으로 꼽혔던 '행정가 이미지'에 균열을 낸 것도 김 위원장의 공세 덕분이었단 시각이 적지 않다. 칸쿤 출장 논란과 주취 폭행 의혹 등이 연이어 부각되면서 정 후보의 이미지에 적잖은 흠집을 냈고, 이는 오 당선인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단 것이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보는 본인의 정치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향후 행보에 있어 더 큰 확장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의힘 전통 지지 기반이 아닌 강북 지역 도봉구를 지역구로 둔 데다,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신선함까지 갖춘 만큼 당내에서 향후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저격수로서의 역량을 여실히, 여과없이 과시했다"며 "그렇게까지 활약이 뛰어난 인물인줄 정치권에서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동안 본인 공격력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 "'낭중지추' 말이 있다. 전제는 송곳이 삐져나오려면 반드시 주머니 안에 넣어줘야 하는데, 김재섭에게 서울시장 선거가 그런 계기가 됐다"며 "야권지지자 사이에서도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시켰기에 앞으로도 큰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강남의 온실 속 화초처럼 국회의원이 된 것이 아니라, 강북 지역인 도봉이란 지역구 차별적 강점이 있기에 이 활약이 결합되면 당안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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